김성민 대위(중간)가 단 헨드릭스씨와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부인 팻 헨드릭스(파란색 상의)씨가 박수를 치고 있다. 아버지 김만평(오른쪽 끝)씨는 그저 기쁘기만 하다. <이승관 기자>
“잔치, 잔치 열렸네”
이날 이들은 성조기 아래에서 하나로 뭉친 미국인일 뿐이었다.
30일 오후 백인 부부가 생면부지의 한인 육군장교를 자신의 집으로 초청해 무사귀환을 축하하는 이색 행사가 템플 시티에서 열렸다.
화제의 주인공은 웨스트 포인트 출신의 김성민(25·미 육군 3기갑연대)대위와 단 헨드릭스씨 부부. 이들은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이다. 굳이 인연을 따지자면 헨드릭스 씨 부부가 김 대위의 아버지 김만평(민족학교 이사장)씨가 1년 8개월전부터 운영해온 동네 마켓 인근에 거주한다는 정도. 하지만 헨드릭스 씨 부부가 동네 마켓 주인의 아들이 이라크 전에 참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들은 더 이상 남이 아니었다. 미 육군에서 기갑 장교로 복무했다는 남편 헨드릭스(55)씨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국익을 위해 군복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캡틴 김이 친형제처럼 느껴졌다”며 김 대위에 대한 동지애를 표현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달 마켓에 “아들 휴가로 임시 휴업을 할 예정”이란 사인이 붙은 것을 보자 아예 김 대위를 자신의 집으로 초청해 환영회를 갖기로 결정했다.
김 대위가 찾아온 이날 부인 팻 헨드릭스씨는 남편보다 더 신이 나 있었다. 그녀는 이날 자신의 집 잔디에 “웰컴 홈 캡틴 김”이란 큰 사인을 내걸었다. 물론 빨간색, 파란색, 흰색의 풍선과 노란색 리본을 나무에 매달고, 대형 성조기도 게양했다. 물론 행사의 주인공을 위해 환영식장 격인 자신의 집 뒷마당 한편을 김 대위가 이라크에서 찍어온 사진으로 도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 대위를 만나려고 달려온 헨드릭씨의 친구 조 댄하트(61·글렌데일 칼리지 교수)씨도 “그를 대하면 잊어버렸던 월남전 참전 기억이 되살아날 것”이라며 “미국을 이끌어나갈 다음 세대를 만나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아버지 가게 주변 주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은 김 대위는 “부대로 복귀하면 꼭 이 사실을 알리겠다”며 감격해했다.
육사를 당당히 나온 듬직한 아들이 영웅대접을 받는 날 아버지 김씨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씨는 “아들이 이라크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손님들이 가격을 가지고 시비를 하지 않아 좋다”며 “아들 덕을 톡톡히 본다”고 즐거워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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