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대 한국학 연구소 ‘종강 세미나’
스탠포드 대학 한국학 연구소(소장 신기욱)의 이번 학기 마지막 세미나의 주제는 ‘IMF 전후의 한국의 소비자 민족주의 연구’였다.
이 날 강의를 맡은 로라 넬슨교수(캘리포니아 대학 헤이워드, 인류학)는 지난 2000년에는 ‘지위, 성 그리고 한국의 소비자 민족주의’(콜롬비아 대학 출판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으며 한국 소비자들의 역할과 행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문화인류학자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학생, 교환교수, 본국 정부 인사 등 30여명의 다양한 그룹이 참여한 이번 세미나에서 넬슨 교수는 우선 한국 경제 발전 단계에 주목했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경제발전과 성장정책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의 사회 발전단계가 한국인들의 소비행태를 결정한 동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한국인들은 수출진흥정책으로 인해 저임금으로 저가의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여 외화를 벌었다. 그러는 와중에 기업과 정부가 결탁이 되고 부정한 방법으로 인해 재벌이 양산되게 되었다. 재벌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수출입에 있어 각종 특혜를 누렸으며 이른바 ‘무역상사’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에 해악을 끼치기도 했다.
이러한 시대를 지나 한국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게 되자 갑작스럽게 소비문화가 팽배해져 과소비 현상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넬슨 교수는 과소비의 문제점으로 유명 브랜드 상품의 유행과 신용카드의 남용을 꼽았다. 넬슨 교수는 대기업 카드사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과 주부층들이 카드 소비의 중요한 주체로 등장했다고 진단했다. 또한 직장인들은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받아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신용불량자가 양산되어 자살하는 사람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과 크레딧 카드 사용의 원칙과 기준이 틀리다. 미국은 크레딧 카드의 발급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고 사용한도 또한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은 크레딧 카드 발급이 쉬우며 무분별한 카드 발급이 소비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여 회생하기 어렵게 되었을 때 정부의 구제방안을 바라는 기업행태도 꼬집었다.
질의응답시간에 스탠포드 대학교에 교환교수로 와 있는 박태호 교수(서울대, 국제무역학)는 한국의 신용카드 문제에 대해 “기업에 앞서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및 규제가 미비한 데 있다”고 말했으며 김원수 국장(교환교수, 외교부)은 이에 대해 “정부의 책임도 있지만 자신들의 매출실적에만 급급한 기업들에 책임이 있다”고 논박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한국학 세미나는 10월부터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유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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