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게 삽시다
수년 전 기윤실 전국회원 수련회가 전주 ‘O’교회에서 있었습니다. 전주에 도착해서 길가는 행인에게 길을 묻는데 그 분 말씀이 “나는 예수를 모르지만 그 교회만큼은 교회다운 교회 같습디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깡통교회로 알려진 ‘O’교회의 선교에 대한 열정을 들었던 바라 아마도 교회에 대한 좋은 소문이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쯤으로 생각했었습니다.
8월의 폭염 가운데 1박2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수련회는 ‘더 이상 불편할 수 없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힘겨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에어컨 없는 콘센트 막사형의 교회 안에서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매주 그런 장소에서 예배를 드리는 성도들이 존경스러울 뿐이었습니다.
다음 날 점심식사를 마치고 식기를 닦기 위해 수돗가를 줄지어 섰는데 수도꼭지에 걸린 ‘불편하게 삽시다’라고 쓰인 나무팻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문구는 ‘O’교회의 성도들이 왜 그토록 불편을 감내해 가며 교회 재정의 8할 이상을 선교비로 사용하고 신앙생활에 전념하는지의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 신앙생활의 여정 가운데 힘들고 지칠 때마다 그 팻말의 문구를 기억하며 위로를 얻곤 했습니다.
하늘나라에 소망을 두고 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불편하게 사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보다 조금은 검소하고, 절제를 위해 노력하는 삶이어야 하며 바른 선택을 위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고, 양심을 위해 손해도 참아야 하는 그런 삶이 그리스도인의 삶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옳지 못한 것을 보면 이를 지적하고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하는 삶이기에 때론 남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삶입니다.
예수님도 이 땅에 오셔서 참 불편한 삶을 사셨습니다. 머리 둘 곳조차 없는 고단한 삶이기도 했고, 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과 긴장관계를 형성하며 그들을 불편하게 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시대를 보면 예수님처럼 살자고 말은 하면서 물질적 부를 우선하고, 잘못을 보면서도 침묵하거나 심지어 불의와 타협하는 이율배반의 삶을 교회가 방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땅에 빛과 소금으로서의 교회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교회가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실망스러운 나머지 교회에는 소망이 없다는 말도 들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다운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교회들이 더러 있어 소망이 있다고도 합니다. 그리스도인다운 삶의 회복과 교회다운 교회를 만들어 가는 일을 위해 조금은 불편하게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됩시다. (213)387-1207. www.cemkla.org
전 종 천 (LA기윤실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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