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중세의 성채·마야 유적 등 볼거리 꾸며
손님들 “시간가는 줄 몰라”… 전국 확산 추세
미국 생활에서 흔히 인체의 발에 비견되는 필수품인 자동차를 깨끗이 닦는 기능에 충실해온 세차장(Carwash)이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를 ‘때 빼고 광내는’ 동안에 손님들에 유람선, 중세의 성채, 마야의 유적, 자동차 경주장 등 갖가지 주제의 구경거리와 재미를 제공하는 풀타임 오락장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테마 세차장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추세다.
인디애나주 라파예트에서 ‘레인포리스트 카워시’를 운영하는 켄들 스미스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손님의 자동차를 깨끗이 닦는 것이지만 약간의 구경거리도 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세차중인 자동차가 비눗물을 뒤집어쓰고 거품이 피어나는 동안 자동차 안에 앉아 있는 손님들을 위하여 세차 터널 안에 가짜 원숭이 그네, 코끼리의 울음소리, 열대 식물들과 천둥치는 소리 등을 배치했다. 터널 바깥에는 마야의 유적 사이로 폭포에서 물이 떨어져 내리고 5피트 높이의 석상이 충혈된 눈을 굴리면서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호통을 친다.
기계로 닦고, 왁스를 칠해 문지르는 동안 자동차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터널을 통과하는 방식은 한때 미국 세차업계의 지배적 모델이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미국의 세차장 숫자는 증가해 총 9만개를 헤아리지만 컨베이어식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대신 동전을 넣고 차 주인이 직접 닦는 곳이 많아졌다. 전국적으로 컨베이어식 세차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정도가 고작이다.
테마 세차장은 바로 이런 추세를 멈추려는 안간힘으로 보면 된다. 시카고 교외 디어필드와 버팔로 그로브에서 ‘그랑프리 카워시’를 운영하는 줄리 제이콥스는 세차장이 다시, 그 옛날 가족들이 토요일 아침이면 의례 세차장에 와 패밀리 카를 닦던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테마 세차장을 하게됐다고 말한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벨트에 시간 맞춰 조정되는 물줄기와 브러시들이 사람의 일손을 대신하는 컨베이어식 세차장에 오락공원이나 비디오게임에 사용되는 가상 현실적 요소를 가미, 마치 어딘가 여행이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을 주는 것이 이들 테마 세차장이다. 뉴욕주 브루스터의 마운트 마야 카 워시는 터널 끝에 석상을 세워 마치 유적 발굴이라도 하러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며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의 ‘캐슬 카 워시’는 중세풍의 벽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입구에는 대형 방패를 세워놓았다.
제이콥의 ‘그랑프리 카워시’에 온 손님들은 자동차 경주 광경을 보여주는 비디오 스크린이 가득 찬 복도를 지나, 포뮬러 원 자동차의 타이어 및 노즈콘, 자동차 경주 선수가 출전시 입은 유니폼들이 장식된 매점을 구경할 수 있다. 디테일 작업을 하러 가면 자동차 경주 핏크루 같은 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마치 카 레이스라도 출전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사실 제이콥은 핏크루 셔츠의 등에 연간 2,000달러씩을 받고 인근 10여개 업체들의 로고를 새겨 광고비도 벌고 있다.
미국 최초의 테마 세차장은 1972년, 북가주 캠벨에 생겼다. 마티 도사라는 사업가가 표준 세차 터널을 들여놓기엔 너무 땅이 좁아 길고 날씬한 2층 세차장을 기선 모양으로 지었다. 거기에 기둥과 슛슛 소리를 내며 증기가 솟아오르는 구멍 등을 만들고 ‘델타 퀸’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도사는 1977년에는 농가를 주제로 한 또 하나의 세차장을 지었는데 둘 다 현재도 영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개념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 2~3년의 일로 요즘의 테마 세차장은 대개 마케터들이 운영하는 것이다. 이들은 주제에 걸맞는 치장을 하기 위한 연구에 많은 돈을 쓴다. 스미스의 경우만 해도 열대우림이란 주제를 개발하기 위해 벨리즈와 멕시코의 유적 및 우림 지역을 찾아가 사진을 찍어 왔고, 몇달에 걸쳐 디자이너와 궁리한 끝에 ‘레인포리스트 카워시’를 탄생시켰는데 그 모든 일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그 결과 사람들이 ‘시어즈’와 ‘콜스’로 몰려드는 대형 샤핑몰 한 구석의 열대 조류가 날아다니고 진짜와 플래스틱이 섞인 나무들이 정글처럼 우거진 이 세차장에는 토요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25마일을 운전해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나날이 늘고 있다.
인디애나주 라파옛의 ‘레인포리스트 카워시’로 자동차가 들어가고 있다.
일리노이주 디어필드의 ‘그랑프리 카워시’의 손님 대기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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