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잃은 방울뱀 정성껏 길러 동면굴에 풀어줘
원래 온순…물려고 대드는 놈은 열에 하나 꼴
뱀이 땅꾼에게 꼼짝 못하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캐스케이드 산너머의 무시무시한 방울뱀들도 존 로러 앞에선 맥을 못 춘다.
로러는 의로운 땅꾼이다. 뱀탕을 끓여 먹기 위해 방울뱀을 잡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자기 집 뒤뜰이나 이웃집 드라이브웨이에 잘못 들어온 방울뱀들을 잡아 먹이를 주며 정성껏 길렀다가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산으로 가져가 동면할 곳에 풀어준다.
로러는 실상 땅꾼이 아니라 연방 삼림국 소속의 생태학자이다. 그는 인근 메토우 밸리에서 사람들이 뱀 굴에 다이나마이트를 넣어 폭파시키거나 입구를 아예 시멘트로 봉해 뱀의 씨를 말렸다며 이는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몰상식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뱀이 없어지면 먹이사슬의 한 고리가 완전히 끊겨 뱀의 주요 먹이인 쥐들이 크게 번성하는 반면 뱀을 잡아먹고 사는 붉은 꼬리 매 등 다른 동물들이 줄어든다는 것.
로러는 자녀나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집에 방울뱀이 들어올 경우 죽이는 것은 이해하지만 알고 보면 방울뱀은 전혀 공격적인 동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기가 지금까지 방울뱀을 100여 마리나 잡았지만 물린 적이 한번도 없다며 자시를 물려고 대든 놈은 열에 하나 꼴밖에 안 된다고 덧붙였다.
로러는 서북미 삼림에 서식하는 방울뱀들이 의외로 약해서 원래 있던 굴에서 다른 굴로 옮겨 넣거나 한 여름에 굴에서 1~2마일 떨어진 곳에 옮겨만 놔도 십중팔구 죽는다고 말했다. 자기가 길 잃은 뱀들을 잡아 뒤뜰에서 여름 내내 생쥐와 산 다람쥐 등을 먹여 길렀다가 동면 직전 산에다 풀어주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로러는 설명했다.
로러는 올 여름 기른 17마리 방울뱀을 트위스프 숲 속의 바위 밑에 풀어줬다. 일부 뱀들은 바위를 한바퀴 돈 다음 구멍 안으로 사라졌다. 로러는 이들이 지하 6~8 피트 아래까지 들어가 살아서 겨울을 난 뒤 내년 봄에 모두 햇볕을 찾아 땅위로 기어나올 것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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