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만에 다시 만난 서성호씨(왼쪽)와 딸 서하나씨는 부녀의 정을 깊이 쌓아가고 있다.
생후 6개월 된 딸을 미국에 입양보낸 후 28년 만에 극적으로 찾아낸 서성호·서하나씨 부녀의 사연이 본보에 보도된 후 미 전국은 물론 본국에서까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기사가 미 전국의 한국일보 지사망을 통해 보도되자 서씨의 연락처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LA의 박인자씨는 디트로이트 대학에서 서씨와 같이 공부했다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딸을 찾아낸 서씨 부녀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서성호씨는 LA는 물론 뉴욕의 지인들로 부터도 연락이 왔다면서 가장 놀라운 일은 본국에서 중학교 동창이 전화를 해온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넷판에 실린 본보 기사를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사이트들이 앞다퉈 소개하자 이를 본 서씨의 중학 동창생은 서씨가 DNA 테스트를 의뢰했던 한국복지재단을 통해 연락처를 알아내 연락을 취했다.
지난해 10월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아버지를 처음 만난 후 올해 2월 플레즌튼으로 이주한 서하나씨(29)는 매주 한국학교에 나가 한글을 익히고 있다. 또 매주 1번씩 더블린의 아버지 집을 찾아 또 한국어를 배우며 다시 찾은 모국문화를 익히기에 열심이다.
이들 부녀에겐 기쁨이 더 많았지만 어려웠던 때도 적지 않았다. 28년만에 처음으로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시작해보니 서로가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서성호씨.
딸 하나씨도 미국에서는 자식이 크고 나면 하나의 성인으로 인정, 간섭하지 않는데 아버지가 한국식으로 조언하려 할 때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서성호씨는 다시 찾은 딸에게서 무의식중에 자신과 비슷한 버릇이 나오면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식성이나 동작 등이 나와 비슷한 것이 너무 많다고.
하나씨는 새엄마로부터 김치와 무채 나물 만드는 것을 배워 자신이 직접 만들어보기고 하고 고추장을 밥에 비벼먹는 등 한국음식을 너무도 좋아한다.
올해 6월 서성호씨가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한국 입양인 30명을 초대했을 때 이들은 모두 서씨 부녀의 극적인 상봉과 생활을 부러워했다. 하나씨는 입양인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을 낳아준 생부모를 찾아보고 싶어한다면서 그들의 가슴 깊이 쌓인 한(恨)을 설명했다.
부모가 나를 버렸다는 생각에 자칫 열등감 속에 자랄 수 밖에 없는 입양인들은 성인이 되갈수록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내적 방황이 커진다고.
서성호씨는 내 경우는 무척 행운이란다. 무엇보다 내가 영어를 할 수 있어 딸과 대화가 통하고, 또 경제적으로 안정돼 서로 부담이 되지 않으며, 서로 만나기를 간절히 원했다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씨 부녀가 무척 잘 된 케이스라면 생부모와 만난 후 고민이 더 커진 입양인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성호씨는 입양시킨 자녀를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했다. 왜냐면 이들이 생부모를 만나기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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