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맞게 되는 국경일이나 명절 가운데 11월에 들어 있는 명절이 추수감사절이다. 한국 교회는 이 날이 들어 있는 주의 일요일에 추수감사절을 지킨다. 한 해 동안 살아온 삶에 대하여 하나님께 감사하는 일은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이날을 맞이할 때마다 늘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 가운데 하나는, 한국 기독교인들이 아무 생각 없이 이 날을 기독교의 명절로 여기고 있는 일이다.Thanksgiving Day는 11월 넷째 목요일에 지키는 미국의 명절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기독교인들이야 이날을 지켜도 크게 허물이 될 일이 없겠지만, 모국의 기독교인들에겐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모국의 기독교인들도 11월 셋째나 넷째 일요일에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는 미국화 된 기독교가 한국에 들어온 탓이다.
그렇다면 한국 기독교인들은 어떤 날을 추수감사절로 지켜야 마땅한가? 두말할 나위 없이 한가위에 맞춰 감사절을 지켜야 한다. 그 까닭은 이렇다. 첫째, 한가위란 한국 고유의 명절로서 온 겨레가 한 해 동안 농사를 지어 얻은 열매를 거두어 드리게 된 것을 감사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농사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별 탈없이 한 해를 살아온 것을 감사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둘째, 계절적으로 보았을 때 음력 팔월 보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거둘 때이기 때문이다. 11월 하순은 추수도 끝난 지 이미 오래 되어 “넓은 들에 익은 곡식 황금 물결 뒤치며”를 불러도 어울리지 않는다.
다음으로 안타깝게 생각되는 것은 한국 교회가 제사를 용인치 않는 일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한가위 날에 성묘도 하고 제사도 드린다. 그 해 농사의 첫 선물로 조상께 감사의 제사를 드린다. 그런데 한국교회에서는 이 제사를 우상숭배로 몰아친다. 그러나 이 제사는 우상숭배가 아니다. 음식을 차려 놓고 거기에다 절하는 것은 음식에다 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께 예를 갖추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어떤 정신이나 이념 또는 사상 따위를 상징하는 물체가 얼마든지 있다. 국기를 보기로 들어보자. 국기에 경례하는 것은 그 헝겊에다 절하는 것이 아니라 국기가 국가를 상징하기 때문에 거기에 예를 갖추는 것이다. 기독교의 십자가도 마찬가지다. 교인들이 예배당 안에 들어서서 십자가를 바라볼 때는 경건한 생각을 하게 되고 엄숙한 마음을 지니게 된다. 왜 그럴까? 십자가가 바로 예수님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 십자가는 하나의 쇠붙이나 나무 조각에 지나지 않는데도 말 이다.
아무튼 한국 교회가 미국의 명절인 Thanksgiving Day 에 덩달아 춤추는 일은 이젠 멈춰야 하며, 모름지기 한국의 전통적 미풍양속인 한가위에 맞춰 온 겨레와 더불어 기쁨의 잔치를 펼쳐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추수감사절은 배달 겨레의 아름다운 명절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윤 아브라함/명예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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