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눈박이가 외눈박이 나라에 간 느낌!”- 영화·드라마 정품 DVD를 파는 타운의 한 업소 사장은 ‘고지식(?)하게 법 지키며 장사하기’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의미를 곱씹어보면 섬뜩한 말이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타운엔 어김없이 불법 복제된 DVD가 다량 유통되고 있다. 이들 해적판은 실미도, 가을동화, 올드보이, 반지의 제왕 등 히트작이 주류다. 재킷 디자인이나 상표 등 외양이 정품과 유사한 반면 가격은 정품보다 2∼3배 저렴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신작영화 타이틀의 도매가격이 20달러가 넘는데 비해 복제품은 소매에서 10달러에 팔리는 현실. 이 경우 정상적인 유통구조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싼값에 맛들인 손님들이 ‘어디는 얼마에 팔던데 여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나오면 업주로선 흔들리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다. 사업체 거래에 거품이 생긴다. 인벤토리와 매상이 부풀려지기 때문이다. 상습적인 복제품 공급책으로 알려져 있는 타운 내 A업소의 경우 어카운트가 1,300여 개, 소장 DVD 컬렉션이 1만7,000개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불법 제품들을 타주까지 유통시키면서 올려놓은 숫자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주장에 코웃음을 치지만, E2비자로 사업체를 사려고 하거나 이런 실정을 모르는 바이어라면 제물이 되기 십상이다.
가뜩이나 비디오 업계는 요즘 매매가격이 천정부지다. 특히 한국 드라마 대여업소는 가치 대비 가격이 턱없이 뛰어 매매가의 절반 이상이 현금으로 불법 거래될 정도다. 부동산 관계자들조차 ‘크레이지’로 평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거품마저 낀다면 바이어들은 업소를 인수한 뒤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불법복제, 불법유통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문화적 자존심은 또 어떤가. ‘욘사마 열풍’ 등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문화의 생명력을 보전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주력하기는커녕 저열한 상혼으로 상거래 질서를 흐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카피의 유혹이 커질 땐 법 지키면서 영업한다는 것에 대한 위기감마저 든다”는 김씨의 복잡한 심경은 궁극적으로 타운경제의 위기가 아닐까.
김 수 현
<경제부>
soo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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