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맞으면서 할미의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착하게 자라준 우리 손자는 7학년이고 학교 성적도 양호한 편이다.
어렸을 때는 내가 데리고 자곤 했다. 아이는 새벽에라도 눈만 뜨면 곧장 내 곁에 와서 내가 읽고 있던 책을 물리고 “나도, 나도” 하면서 책 읽는 흉내를 내곤 했다.
지금은 커서 방을 따로 쓰고 있지만 그때 일을 떠올리면서 굳이 내 방에 아이의 컴퓨터를 나란히 들여놓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방과후의 모든 시간을 내 방에서 지내고 있다. 나는 본보기로 곁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컴퓨터도 쓰고, 기사를 오려서 스크랩도 하면서 아이의 관심을 끌만한 학습용 기구와 참고서나 화보도 비치해 두고 기다렸지만 나의 기대는 빗나갔다.
손자는 눈만 뜨면 건너와서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고, 정도가 지나쳐 그만 하라고 저지하면 겁나게 화를 낸다. 지난 여름방학 때는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계속해서 여러 차례 지적을 했었다.
아이 아빠가 컴퓨터 게임을 하루 2시간으로 제한하도록 명령했다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요즘도 학교에서 돌아오는 대로 컴퓨터와 마주앉으면 (숙제가 있으면 15~20분 정도로 끝내고) 여전히 게임에 몰두해서 3시간 반 이상을 넘길 때가 대부분이다.
도무지 다른 일에는 흥미가 없어 보인다. 먹는 것도 마지못해 먹는 형편이다. 이쯤 되면 분명히 중독증세가 아니겠는가.
아이 부모에게 털어놓았더니 “요새 아이들은 다 그래요. 너무 걱정 마세요. 전에 우리 부모가 저를 믿고 지켜봐 주신 것처럼 우리도 아이를 믿어주어야지요” “괜히 손자들에게 인심만 잃으시려고 그래요? 내가 지켜보고 있는 중이니 편하게 지내세요” 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할 말이 없다. “이제는 말없이 지켜보겠노라”고 무수 히 다짐하고 또 결심을 하지만, 나는 밤잠을 설치고 고민에 빠지고 있다.
부모들은 생업에 바빠 저녁식사 후에나 아이들과 마주칠 정도이고, 하루 종일 같이 지내면서 실정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이 할미뿐인데 어찌 무작정 함구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다른 일로는 불화한 일이 없던 우리 가정에 바야흐로 관대하기만 한 젊은 부모와 걱정하는 할미 사이에 냉전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아이들의 정서는 메말라가고 지적으로 후퇴하고 있으니 어찌하나.
한인사회를 보면 마약중독에 대한 계몽은 많이 되어있다. 하지만 마약만 여론화할 것이 아니다. 게임중독 문제도 심각하다. 한인사회의 뜻 있는 이들이 큰 목소리로 게임중독에 대한 경종을 울려 주었으면 한다.
조사라/세리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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