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는 것은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여행은 마음이 설레는 신나는 일임에 틀림없다. 하물며 보스턴 같은 곳에서 마라톤까지 곁들인 여행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미주 한인 마라톤 동호회(KART)와 함께 10년, 금년 109회 보스턴 마라톤은 작년에 이어 2번째이며, 내 생애 통산 30번째 풀코스 마라톤이기도 하다. 10년 전 패사디나 로즈 보울에서 처음 3마일 한바퀴를 도는 데도 몇 번이고 쉬어야 할 정도로 힘이 들었는데 벌써 30번째 마라톤을 뛰게 되다니 그저 꿈만 같을 뿐이다.
보스턴 마라톤 - 국가가 어려울 때 우리 선배들의 투혼이 돋보였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우리 민족에게 불어넣어 주었던 유서 깊은 대회가 아닌가. 이런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영광이고 좋은 경험인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작년 108회 대회에서의 경험부족과 무지에서 온 좌절과 어려움을 금년엔 우리 회장단의 철저한 사전계획과 준비, 그리고 빈틈없는 실천으로 참가 8명 전원의 무사고, 호 기록 완주라는 좋은 결과를 일궈 낼 수 있었다.
달리기 시작 시간인 정오 12시가 화씨 65도, 1시-3시에는 68도, 5시 58도 라하여 내심 다행이다 싶었는데 시작 직전 이미 70도를 넘었다. 결국엔 75도-76도의 예상보다 더운 날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작년의 83도-96도에 비하면 얼마나 좋은 날씨인가.
경기 시작전 좀 많이 걸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스트레치와 약간의 휴식후 자신감이 회복되는 듯 했다. 드디어 경기를 시작하며 빠른 번호순으로 출발, 처음 4-5마일은 9분 20-30초 페이스로 뛰면서 그런 대로 컨디션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느꼈다. 계속 같은 페이스로 편하게 뛰다 8마일 지나며 마일당 30초정도 속도를 높여 보았다. 그런 대로 무리는 없는 것 같았다.
하프 지점을 지나며 시간을 보았다. 1시간 58분. 계획대로 순항인 셈이다. 16마일부터는 크고 작은 언덕들과 그 유명한 하트 브레이크 힐이 있다. 다시 30초 정도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뛰었다.
무사히 언덕을 지나고 21마일 지점, 마음이 좀 놓인다. 그러나 시간으로 보아 지금까지 페이스로는 4시간 내 완주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부터는 계획대로 전력 질주다. 1마일 남았다는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의 승패는 남은 1마일에서 결정될 것 같은 느낌이다.
지난 25마일은 지금 남은 1마일을 위한 전초전에 불과했던 것이다. 속도를 더 높인다. 숨이 차다. 다리에 감각이 없다. 결승점이 눈에 들어온다. 10-20미터도 너무 길게 느껴진다. 드디어 결승점 통과. 턱걸이지만 드디어 해냈다. 목표인 4시간 내 완주와 보스턴 현지에서 내년 참가자격을 얻은 것이다.
박명근/한인 마라톤 동우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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