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욕구중에 식욕만큼 참아 넘기기 어려운 것도 없을 것이다. 불어나는 체중을 걱정하면서도 오늘만 실컷 먹고 내일부터 절식하겠다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옛날에는 잔칫날에 국수를 대접받았다. 그런데 요즈음의 잔치는 어떠한가? 직접 음식을 안 만들고 유명한 식당에 주문하여 육해공을 총망라하고도 부족해서 중국식 일본식에 할 수만 있다면 세계 각국의 별미들을 총동원하기 일쑤다.
호텔에서 피로연을 할 경우에는 보통 한 시간 이상을 식장 밖 통로에서 기다리며 시장기를 달래야 한다. 그때쯤 되면 신랑 신부가 연회복으로 갈아입고 리셉션 준비를 마치게 된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정해진 번호를 찾아서 자리에 앉고 나면 한국어가 서툰 사회자가 젊은이들 위주로 순서를 진행한다. 웨이터들이 다가와서 생선이나 육류를 구분해 주문을 받아간다.
야채 샐러드가 나오고 주문한대로 생선이나 스테이크 요리를 웨이터들이 날라다주면 하객들은 몹시 시장하지만 품위를 지키면서 칼질을 시작한다. 신랑신부의 어린 시절 사진을 편집한 비디오를 보여 주면서 축하 케이크가 나오면 잔치는 무르익는다.
그러면 중국식 피로연은 어떠한가? 하객들이 식장에 입장하고 주인공인 신랑신부를 선두로 양가의 부모와 친척들이 입장하여 자리를 잡으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신랑신부의 간단한 인사가 있은 후에 십수 명의 웨이터들이 두 줄로 입장하여 첫 번째 요리를 각 테이블마다 갖다 놓는다.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적은 양의 음식을 자기 접시에 옮겨 담고 천천히 우아하게 입으로 가져간다. 왜냐하면 앞으로 맛있는 요리가 여덟 번은 더 나올 터이니 미리 배를 채워 놓으면 끝 부분의 요리는 먹을 수가 없지 않겠는가.
이렇게 순서를 정해 놓고 보니 여흥을 주도하는 사회자도 여유가 생기고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에서도 시간을 가지고 정성을 더 기울여 음식을 대접 할 수 있어서 서로가 좋을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우리 한국식 부페는 어떤가. 언젠가 부페에 나온 음식의 종류를 세어 본적이 있다. 무려 23가지의 음식을 차려 놓았는데 하객들은 반경 10인치 짜리 종이접시에 어떻게 담아 가야 할지 난감해진다.
음식을 선별하여 조금씩 집어도 어느새 접시가 가득하다. 하는 수 없이 고기 위에 김치를 놓고 떡까지 올려놓고 보니 이것은 영락없이 잔치 집에 몰려와서 각설이 타령을 질펀하게 불러주고 큰 바가지에 아무렇게나 얻어온 각설이 밥그릇 꼴이다.
점잖게 차려입은 신사 숙녀들이 겹겹으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도 서로 보기에 민망스럽다. 좀 지나친 경우에는 결혼 기념사진 찍고 신부가 옷 갈아입느라고 조금 지체하면 앞서 식사를 끝 낸 분들은 벌써 자리를 비워 주고 서성거리다가 신랑 신부에게 축하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떠나게 된다.
결혼을 축하 해주려고 왔는지 한 끼 저녁을 해결하려고 왔었는지 구분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옛날 우리 조상님들이 하시던 ‘국수 한 그릇’의 잔치가 그립다.
최문항/ 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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