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 LA 출신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가 마이너리티로서의 역경을 이기고,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LA의 시장직을 맡게 된 것에 대해 한인들은 친밀감을 느끼면서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그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주고, 협상력이 탁월하고, 사회에서 앞서가는 사람보다는 뒤에 쳐져 있는 사람을 위한 정책에 더 중점을 두는 진보적 성향의 유능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가 멕시칸 이민 2세로서 대 LA의 시장에 당선된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개인적 능력과 함께, 라티노파워의 증가라는 큰 정치적 흐름의 표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005년 현재 라틴계는 미국 전체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흑인인구를 훨씬 초과하는 숫자이다. 이러한 추세와 함께 라티노의 정치적 파워가 급증하고 있다. 뉴멕시코 주의 빌 리처슨 지사, 콜로라도 주의 연방 상원의원 켄 살라자, 그리고 산안토니오, 산호세, 마이애미, 앨버커키의 시장들이 모두 라티노다. 이번에 LA시장에 당선됨으로써 비아라이고사는 이들 대열에서도 제일 앞쪽에서는 중량급 정치인으로 부상하였다.
라티노가 LA의 시장을 한 것은 미국이 캘리포니아를 통합한 직후 19세기 후반 5,000명의 전원도시 시절 크리스토발 아길라 한사람뿐이었다. 20세기 초 도시의 모습을 갖추면서 급 성장한 LA는 1973년까지 백인이 시장직을 독점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초부터 소수민족인구가 급증하면서 LA시로부터 백인의 탈출이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LA시 전체인구 중 백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에 37%, 2000년에 30%로 감소하였다.
2005년 현재 LA시 인구 중 백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6%로 추정된다. 반대로 LA시 인구 중 라티노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에 40%가 되었고, 2000년에는 47%가 되었다. 1990년과 2000년 사이에 LA시의 라틴계인구는 24% 증가하였다.
2005년 현재 라틴계 인구는 캘리포니아인구의 36%, LA카운티 인구의 47%, LA시 인구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인구구성의 변화와 함께 1973년에는 LA에서 처음으로 흑인인 탐 브래들리가 시장에 당선되었고, 이후 백인에게 넘어갔던 시장직은 2005년 라틴계 비아라이고사에게 넘어왔다.
라틴계 인구가 반 이상을 차지하고, 계속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LA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라티노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에서 여러 한인인사들이 비아라이고사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했고, 한인 투표자 중 상당수가 그에게 표를 준 것은 다행한 일이다. 비아라이고사가 여러 번 한인타운을 방문했고, 많은 한인들과 접촉을 했기 때문에, LA의 한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잘 파악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지하철 확장, 교통소통 원활, 교육환경의 개선, 서민 주택난 해결등 LA 유권자들에게 많은 공약을 했다.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고, 이해가 상충되는 집단들의 합의를 도출해내야 되는 쉽지 않은 일들이다. 지금까지 많이 소외되었던 라티노 커뮤니티의 새 시장에 대한 기대도 높을 것이다. 상인과 업주가 주류를 이루는 한인의 이해와, 종업원이 주류를 이루는 라티노의 이해가 일치보다는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
새 시장이 누구 편을 들어야 할 것인가는 쉽게 결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현 제임스 한 시장 때 보다 얼마나 더 한인사회에 배려와 혜택이 올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임명직에 한인이 몇 명이나 들어가느냐에 연연하기보다는, 한인들이 계속 당하고 있는 심각한 범죄피해 해소, 한인업주와 라티노 종업원 사이의 관계 개선, 한인타운의 비즈니스, 고용기회, 주거 환경개선 등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 당선된 시장을 적극적으로 도우면서,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유의영/칼스테이트 LA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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