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별러 여행을 하는데 첫 출발지에서부터 비행기를 놓치는 것은 보통 실망스런 일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름 후에 떠나야 하는 때도 있다. 티켓 값 때문이다. 아침 7시에 떠나는 비행기를 타려면 새벽 5시까지 공항에 나와야 한다. 새벽 5시 공항에 도착하려면 집에서 4시에 출발해야 하는데 자칫하면 늦잠을 자게 돼 정신없이 서두르다가 여권이나 지갑을 집에 두고 나오는 복통 터지는 일이 생긴다.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2시간 전에 나갔는데 한 사람이 1시간이나 지각해 일행 모두 체크인을 늦게 하게 되었다. 체크인 라인은 길고 비행기 떠날 시간은 점점 가까워 오는데 진땀이 났다. 겨우 체크인을 마치고 트렁크를 저울대에 올려놓았더니 검색대에 가서 짐을 검사 받은 후 다시 오라고 한다. 짜증나는 것을 참고 검색대에 갔더니 여기서도 라인이 길었다.
겨우 OK 도장을 받아 카운터로 달려가자 직원 왈 “탈수는 있지만 비행기 이륙 30분전이 넘어 화물접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몸만 타라는 소린데 바꿔 말하면 못 탄다는 뜻이다. 우리 일행 6명은 결국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늦게 온 사람이 미안해서 몸둘 바를 몰라 하는데 화가 난 일행 중 한 사람이 “당신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소리는 차마 못하고 “빈 라덴 그 녀석 때문이야!”라고 소리 지르는데 그 연기가 일품이었다. 모두 웃고 말았다.
짐 검색을 받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음에는 몸 검색을 받아야 한다. 이 라인의 길이 또한 만만치가 않다. 우선 검색대 앞에 서면 재킷과 구두를 벗은 후 허리띠를 풀어야 한다. 그리고는 두 손을 들고 검사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한번은 배가 많이 나온 사람의 바지가 흘러내리자 줄서 있던 승객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신발 벗고 허리띠 푸는 것이 처음에는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졌으나 지금은 검색대 앞에만 서면 이 동작이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그런데 런던 공항 검색대 앞에서 신발을 벗고 벨트를 풀었더니 검사요원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했다. 날쌘 것이 런던에서는 오버액션으로 간주된 셈이다. 미국 못지 않게 검사 까다롭기로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이다. 루프트한자를 타고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곳에서 갈아타게 마련인데 적어도 갈아탈 비행기와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보통 사람이 이 정도인데 아랍인들에 대한 짐 검사가 유난히 까다로울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짐 검사를 마친 승객이라 해도 아랍인은 의심이 가면 트랩에 오르기 직전 또 몸수색을 받는다. 이때 인종차별 했다는 소리 들을까 봐 들러리로 몇 사람 끼워 넣게 마련인데 이런데 걸려들면 정말 불쾌해진다.
미국 공항에서 아랍인계 승객들에 대해 검사가 까다로워지니까 이들의 미국관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색안경 끼고 보는데 누가 미국관광 오고 싶어하겠는가. 대부분 유럽관광으로 쏠리고 있다. 베벌리힐스의 로데오 거리는 중동 관광객이 급감하는 바람에 매상이 떨어져 베벌리힐스 상가 전체가 죽어가고 있다. 하루에 100만달러 정도 매상이 떨어졌다고 한다.
9.11 테러 이후 엄청난 예산을 들여 공항 경비를 강화했지만 지금까지 공항 검색대에서 테러 용의자를 잡았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 강화하는 것은 좋은데 미국이 필요 이상으로 과잉방어를 하는 인상이다. 지금 분위기대로 나가면 미국에 오는 관광객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미국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고 그 후유증은 코리아타운에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사>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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