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시장개방을 하지 않던 시절 미국과 유럽은 시장을 열도록 노력했다. 마침내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다. 가입의 대가로 미국은 그동안 중국 의류제품에 부여된 수입양 한도인 쿼타를 2005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로 약속한다. 13억 정도의 시장이 열리는 가능성에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할 기대에 부풀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중국으로 수출하는 효과보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양이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한마디로 장사 해 손해본 느낌이다.
중국의 불공정한 거래가 원인이라고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다. 중국의 잘못된 무역관행으로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이 억울하게 경쟁력을 잃고 있으니 통상압력을 가해 바로 잡아달라는 목소리가 늘어난다. 정부가 나서 압력을 가한다. 중국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말로 안되니 힘으로 나간다. 세계무역기구 가입 시 중국이 약속한 보호명령 발동을 시작했다.
보호명령 발동에 대해 중국은 화가 났다. 나름대로 미국과 유럽에 대한 배려로 중국산 의류수출품에 대해 수출세를 부과해 수출을 줄이도록 노력해왔는데 이에 대한 정상참작은 하지 않은 채 중국이 부당하다고 몰아 부치니 우리도 할 때까지 해보겠다는 식의 대응을 했다. 수출세의 즉각 폐지다. 가격을 더 낮춘 셈이다.
이렇게 되면 가히 장군멍군 식 싸움이라고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 무역이 시작된 이후 항상 이런 식의 밀고 밀리는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아이러니는 무역분쟁 시 분쟁의 당사자 모두 상대가 자유무역 정신을 해쳤다고 공격한다는 사실이다. 자유무역은 이론상으로 무역당사자 모두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 이익을 가져온다. 따라서 보호무역을 주장하면 국제적 비난을 받기 때문에 누구도 보호무역을 명분으로 내세우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상대가 자유무역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유무역 정신을 당분간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외치게 된다.
이러한 이중적 행위의 뿌리는 결국 국가간 서로의 이질성에 기초한 적대의식에 있다. 같은 미국 내에서 뉴욕주의 의류업이 가주에 더 많은 옷을 싸게 팔면 가주 주민들은 더 싼 옷을 입어 좋다. 이때 가주 의류업이 뉴욕의 싼 의류 때문에 어려워진다고 불만을 표현치 않는다. 표현해도 들어줄 사람도 별로 없다. 같은 미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안화를 평가절상하지 않아 부당한 경쟁력을 갖는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환율문제는 그 나라의 고유영역이다. 중국이 환율을 제대로 운영치 않고 있다면 당장 가격 면에서 이익이 있을지 몰라도 자국내 물가문제로 더 크게 경제 전체가 파탄에 빠질 것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중국의 경제 성장률로 볼 때 늘어나는 외환보유고가 중국의 물가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인다. 그렇다면 위안화에 대해 다른 국가에서 가격 경쟁력과 연관시키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이렇게 보면 중국의 생산업에서의 경쟁력은 이미 시대적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은 생산업이 아닌 다른 고 부가가치에서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금 미국이나 유럽은 자신들의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중국과의 통상을 더 원활하게 만드는 데 주력해야한다. 지적 재산권의 보호를 중국에 요구하는 노력이 좋은 예이다. 그렇지 않고 경쟁력이 없는 분야를 살려보고자 노력하는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행위이다.
자유무역 정신이 국가정서의 논리로 퇴색될 때 결국 손해보는 것은 세계경제와 소비자이다. 중국의 생산 경쟁력을 정치적으로 막겠다는 시도는 역사의 변화를 거역하는 몸부림일 뿐이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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