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한인들이 ‘아이들 때문에 이민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골프 치러 이민 왔다’는 동포가 늘어만 간다. 남자들 몇 명이 모여 앉으면 당연히 시작이 정치 얘기다. 얘기가 시들해지면 자연히 골프 얘기로 넘어간다. 한참 골프 얘기가 고조되면 한 구석에서 자고있던 사람도 벌떡 일어나 한마디 거든다.
이런 때 좌중에 골프 안치는 사람이 있으면 완전히 왕따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분들이 오히려 존경스럽다. 얼마나 바빴으면 그 많은 유혹에서 초연할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골프는 가끔씩 적당히 하면 생활에 활력이 된다. 고달픈 직장에서 탈출, 건강증진, 재충전, 정신휴식 등에 좋은 점이 많다. 그러나 한인들 중에는 모든 것이 지나침으로 해서 여러 부분에 피해를 주는 일이 적지 않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그 많은 골프장을 가봐도 골프장에 나온 아시안은 거의 90%가 한인들이다. 아직도 중국인이나 일본사람을 만난 기억이 별로 없다. 인구면에서나 경제적인 면에서도 한국을 능가하는 그들이 왜 골프장에 안 나오는 건지, 못 나오는 건지 아직 그 이유를 모르겠다.
사실 한인들이 하는 사업은 대개 노동집약적인 사업이다. 세탁소, 네일업, 청과업, 모두 몸으로 때우는 사업이다. 그런데 그 몸이 사업체에 있지 않고 골프장에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주인 하나가 종업원 두 세목을 하지 않는가?
그 뿐인가. 내기골프 치다가 열이 나면 큰 소리로 싸운다. 얼마나 목소리가 큰지 멀리 건너편 홀에까지 들린다. 골프의 생명은 스코어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매너인데 매너 없이 굴어 미국인들한테 인상 찌푸리게 해서야 되겠는가. 다민족이 어울려 사는 미국에서 한인이 한 행동이 곧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에 연결된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전에는 주말만 되면 남편들이 골프 백을 메고 나가 주말 과부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부인까지 골프장으로 향해 집에 아이들만 남아 주말 고아라는 신종어가 생겨났다. 일부 한인들이 골프는 생활의 전부요, 희생을 전부 걸고 몰두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한인은 근면, 성실 하나를 밑천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그것이 점점 퇴색되는 느낌이기에 기분이 매우 씁쓸하다. 우리들의 주종사업을 타민족들이 바짝 추격해 오고 있는데 그들과 어떻게 경쟁하며 또 경쟁에서 과연 이길 수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강봉희/전 뉴저지 세탁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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