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다코타의 마운트 러시모어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하는 4명의 대통령 얼굴이 큰바위에 새겨져 있다. 이들은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데오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다.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데오도어 루즈벨트(TR)가 끼어있는 사실이다. 그는 스페인 전쟁의 주인공이며 전쟁광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싸우기를 즐겨한 부시스타일의 카우보이 대통령이다.
워싱턴과 링컨이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제퍼슨이 왜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겁니까”하고 누가 물으면 얼른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가 미 독립선언서를 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대통령이 되기 훨씬 이전의 이야기다. 제퍼슨은 왜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힐까.
워싱턴이 ‘건국의 영웅’이라면 제퍼슨은 ‘건국의 철인’이다. 그는 ‘미국 정신’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제퍼슨은 권력이 남용될 수 있는 어떠한 것도 반대했고 모든 제도에서 자유가 으뜸이 되도록 정책을 몰고 간 철두철미 자유 신봉자다. 그는 당시 리버럴 세력의 보스였으며 이 세력이 미 헌법의 권리장전을 만들어낸 주인공들이고 오늘의 민주당 원조다.
제퍼슨은 철학자적인 기질도 있었지만 부동산 투자에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원래 부동산 개발업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다. 5,000에이커나 되는 몬티첼로 농장에 들어서면 제퍼슨이 부동산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지 건물 설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그의 이와 같은 부동산 감각은 대통령 시절 역사적인 ‘루이지애나 매입’을 성공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제퍼슨은 영국과의 전쟁에서 전비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프랑스의 나폴레옹 정부를 설득하여 미국 남부의 프랑스 땅을 다 사들였는데 이로 인해 미 영토가 2배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오늘날의 루이지애나, 아칸소, 미주리, 아이오와, 미네소타,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네브래스카, 캔사스, 오클라호마, 텍사스(일부), 플로리다 서부, 뉴멕시코, 콜로라도, 와이오밍(일부), 몬태나 등이 이 ‘루이지애나 매입’에서 사들인 땅이다. 이때 사들인 땅은 당시의 미국 영토보다 두배나 넓어 제퍼슨은 총 한방 쏘지 않고 외교로 부동산 거래를 성공시켜 국토를 확장한 셈이다. 이 지역은 전혀 쓸모 없는 불모지로 소문나 땅값이 불과 1,500만달러. 1에이커에 1센트 주고 샀으니 공짜로 주운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싼값이다.
민주주의 원칙을 주장하던 제퍼슨은 ‘루이지애나 매입’에서만은 과감하게 먼저 일을 저지르고 의회에 나중에 동의를 구하는 비민주적 절차를 밟았다. 프랑스 정부가 캐시를 원했고 또 나폴레옹의 마음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 제퍼슨은 임의로 대통령 권한을 행사했다. 만약 이때 그가 재빨리 손을 쓰지 못해 이 땅들이 멕시코나 독일에 팔렸으면 어찌 되었을까.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얻는 데도 실패했을 것이며 멕시코 아닌 다른 국가가 이웃에 하나 더 생겼을지도 모른다.
“위대한 부동산 거래”로 불리는 ‘루이지애나 매입’-이것만으로도 제퍼슨은 위대한 업적을 남긴 대통령 반열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100년 후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아들이 아니라 손자 세대를 위할 정도의 멀리 내다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제퍼슨이 일깨워 주고 있다.
이 사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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