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업체·CPA오피스 회계전공자 구인난
몇달째 채용광고 예사… 1.5세들은 주류로 빠져
미드윌셔에서 회계사무실을 운영하는 공인회계사(CPA) 노모씨(43)는 요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를 모른다. 혼자 전화 받고 장부 정리하다 보면 다른 데 눈 돌릴 겨를이 없다. 그러나 노씨는 이런 날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몰라 더 불안하다. 두 달 전부터 내놓은 구인 광고에 응답이 끊긴지 꽤 오래다.
노씨처럼 일할 사람을 못 구해 애태우는 한인타운 회계 사무실이 많다. 타운 내 회계 교육 기관에는 회계 전공자를 ‘모셔 가려는’ 주류 회사들까지 줄을 서 있어 회계사 구인난은 더 심해지고 있다.
현재 회계사 구하기가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채용자와 구직자가 서로 기대하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채용자는 2~3년 회계 실무 경력에 영어까지 능통하게 구사하는 지원자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구직자의 상당수는 회계가 취업에 유리하다는 말에 갓 자격증을 땄거나, 영어로 의사소통이 불편한 초기 이민자다.
임창수 남가주 한인CPA협회 회장은 “타운 내 회계 사무실 운영자 대개는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한다”며 “1년 정도라도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찾지만 그런 분들을 만나기가 어렵다고 주위에서 많이 전한다”고 말했다.
부에나팍에서 회계 사무소를 운영하는 장두천 CPA는 한인 회계 사무소의 질적 변화에서 구인난 이유를 찾는다. 회계 사무소마다 영어가 더 편한 1.5~2세 한인이 늘면서 영어 소통자를 고용주는 선호한다. 또한 사무소 업무에서 연방 국세청 등 정부와 관련된 일이 늘어나 영어 구사는 필수가 됐다.
장씨는 “최소 미국 대학 졸업자라고 지원 자격을 명시한 뒤 접수 이력서도 예전의 절반으로 줄었다”며 “좋은 조건을 갖춘 지원자들은 연봉 등에 대한 불만으로 주류 회사로 발길을 돌린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래 CPA 자격증이 없더라도 회계 경력자는 몸값이 뛴다. 온라인 리크루팅 사이트인 휴먼뱅크USA에는 2년 경력에 연봉 4만달러를 제시하는 업체도 있다.
패라마운트에서 사무 자동화 회사 ‘아이캅 오토메이션’을 경영하는 제임스 김씨는 회계도 아닌 장부 정리 사원을 뽑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몇 달째 구인 광고를 냈고, 시장 평균 연봉에 각종 베네핏 제공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이력서 한 통이 날아왔다. 이런 현상은 어느 업체에나 비슷하다고 김씨는 말한다.
회계사 부족은 회계 전공자 수 감소에서 확인된다. 미 CPA재단에 따르면 회계학 학위를 받은 학생이 1991년 6만명에서 1999년 4만5,000명으로 줄었다. 그나마 2003년에 4만9,665명으로 늘어나 고용 시장에 숨통이 트였다.
김민상 퍼시픽 스테이트 유니버시티 부학장은 “워너브라더스 등 주류 회사들도 회계 직무를 수행할 직원이 없어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많이 요청해온다”며 “이런 회사들은 영어에 문제가 없다면 취업 스폰서 제공에 연봉 5만달러 이상을 제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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