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한국관광공사 LA지사장이 대장금 관광 상품을 비롯한 한국관광 홍보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서준영 기자>
한류열풍 활용‘관광한국’알렸다
“주부한테 하루 종일 뭐 했냐고 물어보면 ‘잠시도 쉬지 않고 일했는데 뭐 딱히 꼬집어서 하나 말할 건 없네요’라는 답을 자주 듣죠. 주부 마음과 비슷하네요.”
‘비유의 제왕’이 아니랄까. “올 한해를 결산해달라”는 질문에 역시 비유로 답을 한다. 그러면서도 “올 한해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LA시청에서 한국 관광 홍보 사진전을 열었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구태의연한 한국 관광 홍보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보람찬 해였다”고 할 말은 다 한다.
한식 메뉴 영어표기법 보급
사진전 통한 홍보시도 참신
“아시안 넘어 점차 주류 공략”
김태식(51) 한국관광공사 LA지사장. 미국 서부 13개주, 멕시코, 남미 전역에 한국 관광의 ‘참 멋’을 홍보하는 최전방에서 뛰고 있다. 한국 관광의 캐치프레이즈인 ‘옛 것이 새 것을 만나는 곳’(Where Old meets New)이나 ‘다이내믹 코리아’에 김 지사장의 이미지가 딱 들어맞는 듯 하다.
옛 이야기에 비유해 풀어내는 그의 화법은 늘 구수하면서도 맛깔 난다. 연말엔 지사장 체면을 벗어 던지고 관련업체에 달력을 손수 전하는 모습은 역동적이다.
관광공사로서는 2005년이 뜻깊은 한해였다. 올해 초는 한식 메뉴 영어 표기법 홍보로 시작했다. LA요식업협회와 동참한 이 캠페인은 한국서 공수해온 책자가 모자랄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하반기에는 중국계 미국인 800여명을 대장금 여행으로 한국에 보내며 김 지사장은 직원 5명과 함께 쉼없이 뛰었다.
한류를 상품화해 성공한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관심 있는 곳에 적절한 상품을 내놓은 게 주효했다고 본다. 효를 중시하는 중국 전통이 한류 드라마 밑바탕에 깔려있는 유교 배경과 잘 맞았다. 아시안 관광객의 틈새를 파고 들어간 전략이 적중했다.”
미국 주류 사회는 못 파고든 채 상대하기 쉬운 아시안 시장만 공략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김 지사장은 물결에 빗대 설명한다. “시냇가에서 물수제비 뜨기를 해보라. 돌이 던진 사람 가까이서부터 퉁겨 먼 곳으로 물결을 일으키지 않나. 관광도 마찬가지다. 문화적 전통이 비슷한 일본이나 중국계 시장에 물결이 먼저 일어난 뒤 주류 사회로 서서히 전파될 수밖에 없다. 이제 대장금 상품으로 길은 뚫었으니 계속 상품을 보완해나가야 한다. 8일 대장금 밤 행사는 여행을 다녀온 중국계 관광객에게서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다.”
한국 관광을 홍보할 때 어려운 점은 뭘까. “한국인에게 아프리카 하면 어디가 떠오르느냐고 물어보라. 대개는 큰 나라인 이집트일 것이다. 작은 나라는 잘 모른다. 미국인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라면 제일 먼저 중국과 일본을 떠올린다. 중국은 아시아 문화를 대변하는 걸로 인식된다. 일본은 경제와 외교에서 미국과 가깝다. 한국은 그 틈바구니에 끼여있다.”
그래서 관광공사가 개발한 전략이 스탑오버(stop-over)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중간에 한국서 며칠 쉬어 가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중국보다는 경제적으로 발전돼 있으면서, 일본보다는 물가가 싸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는 방식이다. 최신식 인천 공항도 매력 포인트다.
김 지사장에게 LA는 시카고, 캐나다 토론토에 이어 세 번째 해외 부임지다. 38선(38세가 정년이라는 은어)이 판치는 한국에서 샐러리맨으로는 성공한 셈이다. 그 비결을 김 지사장은 악바리 근성에서 찾는다. “대학생 시절 영어를 익히려고 지나가는 해외 관광객을 붙들고 투어 가이드를 하게 해달라고 졸랐다. 유명 관광지에 세워져 있는 영어 홍보 안내판을 그냥 통째로 다 외우기도 했다.”
왜 그렇게 비유 화법을 많이 쓰는지 궁금했다. 경북의 산골짜기인 점촌에서 자란 게 이유란다. “집은 전기가 들어오지도 않는 산골에 있었다. 그래도 맏이라고 부모님이 어려운 형편이지만 읍내 고등학교로 보내주셨다. 친구들 대부분은 읍내에 집이 있어 우리 집에 놀러오면 부모님과 대화에 장벽이 생겼다. 그 중간에서 대화를 통역하려니 자연히 부모님과 친구들이 아는 사물에 빗대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버릇처럼 굳어졌다.”
김 지사장은 내년 6월 한국으로 돌아간다. 어떤 지사장으로 기억되길 원하는지 물었다. “진정한 신사란 군중 속에 있을 때는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다. 그처럼 어떤 개인으로보다는 LA지사 발전에 도움이 된 조직원으로 남고 싶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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