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대기업 취업문 뚫었지만
격무·정리해고 등 산너머 산
공기업 해외 발령 ‘선망의 대상’
<서울-배형직 기자> 한국 대기업 영업부서에 근무하는 이모(30)씨. 직장 3년차의 이씨는 반복되는 밤 12시 퇴근에 지칠 대로 지쳤다.
격무에 더해 실적까지 채근해 대는 부서장과 부딪히면서 겉만 번지르르한 대기업에 취직한 것이 잘한 일이었는지 하루에도 여러 번 회의가 든다.“졸업할 때만 해도 공무원 ‘그까짓 것’ 하는 마음이 강했는데, 이젠 일찌감치 공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수가 좋은 공기업에 근무하는 박모(32)씨도 처음엔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에 들뜨기도 했지만, 역시 ‘직장이란 다 똑같다’는 진리를 깨달은 후에는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미국 석사과정 연수에 어떻게 하면 자격이 될지 고심중이다.
2006년 한국의 젊은 직장인들은 돈과 명예보다는 행복을 추구할 시간을 원했다. 이런 욕구는 ‘탈한국’에 대한 욕망으로 발전해 한국에서 특히 ‘값을 쳐주는’ 미국행 모색으로 이어진다.
유연해진 정리해고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대기업이란 허울도 ‘버티면 살아남는다’는 희망도 이들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 직장인들을 옥죄는 가장 큰 요인은 퇴근시간이다. 8시는 넘어야 사무실을 빠져 나올 수 있는 직장인들이 상당수다. 주5일 근무제도 그림의 떡인 회사가 더 많다.
한 중견그룹의 기획조정실에 근무하는 김모(33)씨는 “주5일제를 실시하면서 토요일에 몇번 쉬었지만 곧 다시 출근해야 했다”면서 “모두들 이의 없이 출근해 주 5일제가 실질적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건설업체에 근무하는 김모(30)씨도 “늦어도 시간외 수당이란 개념이 거의 없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은 직장인들만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한 반향으로 ‘가자 미국으로’가 유행하고 있다. ‘몇년 동안 지속될 강도 높은 노동 후에 남을 것은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허탈감밖에 없다’는 사실을 회사 선배들을 통해 본다는 김모씨는 “이직도 마땅한 대안이 안 되는 상황에서 ‘탈한국’을 꿈꾸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란 이름 값은 여전히 한국인들에겐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정부출자 기관에 근무하며 미국 발령 가능성이 높은 이모(32)씨는 최근 친구들로부터 부러움 담긴 시선을 받는다.
쳇바퀴 같은 일상에 대한 탈출 욕구에 더해 미국체류 경험과 영어가 학벌과잉 사회에서 그나마 차별화된 경력을 제공해 주리란 기대 때문이다.
미시민권자를 여자 친구로 두고 있는 이모씨는 “이럴 것이면 차라리 결혼해서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답답한 직장 3년 차의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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