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혼자 울지 않는다
■문학동네
문학소년의 열정으로 시 쓰기에 진력하고 있는 60대 최석봉·송석증 시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3번째 시집을 냈다.
잠자고 먹는 일 빼고는 시를 읽고, 생각하고, 쓰는 데 하루 10시간 이상을 쓰고 있다고 시집 앞글에서 말하고 있는 최석봉 시인의 3번째 시집은‘풍경은 혼자 울지 않는다’(창조문학사). “등단 6년에 시집을 3권이나 내놓아 부끄럽다”는 그는 미국생활 35년 동안 겁 없이 일만하고 살다가 만 62세에 일손을 놓고 시 쓰기를 시작한 만큼 건강이 허락한다면 시집을 10권이라도 더 쓰고 싶다고 의욕을 보인다.
얼마 전 그의 출판기념회에서 미주문협 송상옥 회장이 말한 대로 “모든 것을 다 시로 만드는” 최 시인의 시집에는 ‘듀알티의 가을’등 76편이 실려 있다. 다음은 ‘듀알티…’ 전문.
‘듀알티로 올 때는 가을이었네/북으로 난 두 창가에 메이플트리가/갈바람에 노랗게 물들어 가고//
남으로 난 베란다에 앉으면/동서로 가는 차들/한 쪽은 느리게 다른 쪽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네//
나뭇잎 하나 둘 한가히 내리네/차들은 어디론가 달려가고/사는 것도 그렇게 가고 오고 있네//
가을비 내리면/나뭇잎 땅 위에서 젖고/마른 가지 사이로 검푸른 산이 가깝게 다가오는/듀알티 겨울//
창에 서성이는 산이랑/따뜻한 겨울이 될 것이네’
‘22년 알몸으로 살아온 생생한 이민체험 시어들’이란 부제가 붙은 송석증 시인의 3번째 시집은 ‘지시할 땅으로 가라’(성문출판사).
누이의 신장 하나를 이식 받아 새 생명을 살게되면서 쓴 2번째 시집‘내 콩팥이 혈액 정화를 거부했을 때’ 상재 후 2년만에 나온 시집으로 78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적 열정이 다작으로 이어졌다.
윤석산 시인은 시집 발문에서 ‘즉흥적이고 직접적이고 솔직 담백해 때로 시적 여과가 더 필요하지만 뛰어난 시적 형상화를 이룬 작품도 있다’고 평한다. 이민자의 고단한 삶과 고향에의 그리움을 시적 동력으로 파악했다.
다음은 이 시집에 실린 ‘그리움(4)’ 전문.
‘흰머리가 많아졌다/돋보기가 두꺼워졌다//
스물 두번째 미국에서/가을을 보내고 있다/한창은 청소하는 일로/한 때는 페인트하는 일로/아파트 앞에 꽃이 피는 줄도 모르고/낙엽이 구르고 낙화로구나/드나들던 길목/내 키보다 작았던 팜트리가/훌쩍, 하늘로 키를 올려/바라보기조차 뒷목이 뻐근하고/들리지 않는 것은 고향 소식만이 아니다/어디서 들려온다/어릴 적 이불 속에 머리 묻고 듣던/산마루 돌아가는 밤하늘 기적 소리/이지러진 초생달 위로/기러기 몇 마리 날고/가물가물.’
<안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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