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관리 병행 안정도모
어떤 화폐의 가치는 통화간의 교환비율인 환율로 표시된다. 요즈음 원화의 환율이 달러당 1,010원 정도인데, 이는 한국에서 10만원하는 물건이 미국에 수출될 경우 대략 100달러가 된다는 얘기다. 물론 운송이나 통관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조금 더 되겠지만 말이다.
환율이 바뀌면 어떻게 되는가? 어느 날 1달러가 1,100원이 되었다고 치자. 이 경우 원화는 달러에 대해 가치가 내려가서 평가절하된 것이며, 반면 달러는 원화에 대해 평가절상된 것이다.
한국의 10만원 짜리 물건은 이제 90달러면 미국에서 살 수 있게 된다. 한국의 생산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가격 경쟁력을 얻게 되고, 미국의 소비자들은 같은 물건을 전보다 싸게 살 수 있게 되어 한국의 수출이 늘어나며, 이는 미국의 국제수지를 악화시킨다.
이 경우 100만달러 어치의 물건을 외상으로 한국으로 수입한 회사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수입할 당시는 한국돈 10억원 정도면 수입 대금을 결제할 수 있었는데 원화의 평가절하로 1억원이나 되는 돈이 더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 회사는 환율의 변동에 따른 원가 인상을 가격에 반영시키지 못할 경우 어쩔 수 없이 10% 정도의 수익성 악화를 겪게 된다.
이와 같이 환율의 변화는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그 자체가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국제무역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환율의 고정을 통해 거래의 안정성을 높여야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2차 대전 후 세계 통화체제 구축을 위해 뉴햄프셔의 브레튼 우즈 (Bretton Woods)에 모인 각국 대표들도 비슷한 생각들을 가졌던 모양이다.
그때 만든 체제를 그 동네의 이름을 따서 브레튼 우즈 체제라 부르는데, 그 체제하에서는 각국이 금본위제도를 기반으로 한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고정 환율제도는 결정적 약점이 있었으니, 환율의 변동을 통한 경제의 점진적 조정이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제수지 적자가 계속되는 나라는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 압력을 어떻게든 막아보다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손을 들어 버리는데, 이는 일시에 대폭적인 환율의 조정으로 나타나고 그 나라의 경제는 심하게 요동치게 되며, 그 결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기도 한다. 연착륙보다는 경착륙의 경향이 있는 것이다.
결국 ‘70년대 초 고정환율 제도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되고, 환율이 시장의 힘에 따라 변하는 변동환율 제도로 이행한다. 오늘날 대다수 국가들은 관리변동 환율제도(managed floating)를 채택하는데, 이는 고정환율제도와 변동환율제도를 복합시킨 것이다.
환율의 결정은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하되, 환율의 급격한 상승과 하락이 예상될 때는 정부가 직, 간접으로 시장에 개입, 외환을 매입하거나 매각함으로써 환율을 조정하는 제도이다.
(213)892-9999
박준태
<퍼스트스탠다드은행 국제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