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6일은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현실로 만드는 날이었다.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선물은 원하는 것으로 바꿔주고, 그렇게 갖고 싶어했던 마차나 인형의 집 등을 상자에서 꺼내 조립해 주며 아이들의 환하게 빛나는 얼굴을 보며 피로를 풀었다. 그러나 요즘은 포장을 풀면 나오는 셀폰, 컴퓨터, X박스 360, PSP, 블랙베리, 디지털 비디오와 카메라, 사진전용 프린터, 티보 같은 선물들 때문에 12월26일은 부모들에게 스트레스 쌓이는 날이 됐다. 하루 종일 아리송하게 쓰인 사용 설명서를 읽으랴, 제조사 기술지원 부서에 전화하랴 종종거려도 끝내 설치나 연결을 하지 못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 부르면 달려와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제이슨 해커가 크리스마스 다음날 고객이 선물로 받은 티보 시스템을 설치해 주고 있다.
설치·연결서 부터
바이러스제거·수리등
‘테크놀로지 컨설턴트’
찾는 소비자 증가추세
마치 왕진하는 의사처럼 집안에 무선 인터넷 네트웍이나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설치해 주기도 하고, 컴퓨터에서 온갖 스파이웨어, 바이러스와 웜들을 제거해 주기도 하는 등 현대 가정의 다양한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퍼스널 테크놀러지 컨설턴트’들이다. 각종 전자제품들은 점점 복잡해지는데 시간은 없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관련 비즈니스 또한 번창하고 있다.
워싱턴 지역에서 ‘텍플러머’라는 이름의 텍 서포트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제이슨 해커(35)는 새벽 5시30분부터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곤 한다. 선물로 받은 ‘티보’를 설치해 달라, 고장난 프린터를 고쳐 달라,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를 연결시켜 달라는 등 고객들의 요구는 다양하다. 때로 부품을 사러 컴퓨터 상점에 가야할 때도 있고, 제조사 기술지원 부서에 전화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가르쳐 달라는 사람도 있다.
남가주에도 ‘메이크 잇 워크’(www.makeitwork.com), ‘긱 스쿼드’(www.geeksquad.com), ‘긱스 온 콜’(www.geeksoncall.com) 같은 이름의 비즈니스들이 번창하고 있다. ‘메이크 잇 워크’의 경우 지난 한해동안 남가주 내 ‘네이버후드 서포트 테크니션’의 숫자를 4배나 늘려 24명이 됐다. ‘베스트바이’가 매장 안에서는 물론 출장도 보내는 ‘긱 스쿼드’ 역시 2배로 늘어 전국적으로 1만 4,000명에 가깝다. 지난 20년 동안 출장 서비스를 제공해온 ‘컴프USA’(www.compusa.com/tech_services/techknowledgist_mobile.asp)는 전국적으로 2만명과 계약을 맺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그 컨트랙터 숫자는 1,500명에 불과했었다.
가가호호 방문 수리도 하는 동네 전파상이 아니라 전국으로 출장 가는 기술자 네트웍으로 발전하기 원하는 이들은 손님들에게 어필하고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유니폼도 입고, 자동차도 남다른 것을 탄다. ‘긱 스쿼드’는 흑백 폭스바겐 벅, ‘메이크 잇 워크’는 빨간 미니 쿠퍼, ‘긱스 온 콜’은 군청색 PT 크루저를 타고 다닌다. ‘컴프USA’ 컨트랙터들은 똑같은 옷이나 트렌디한 자동차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광고는 한다.
고객들이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유들은 컴퓨터에서 바이러스나 스파이웨어 제거, 가정 내 무선 네트웍 설치, 망가진 하드 드라이브에서 데이터 도로 찾기, 오래되고 사용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없애기 등등이다. 앞으로 새로운 전자 제품들은 자꾸 나오는데 그 사용 설명서는 금방 이해가 가도록 쓰여지지 않고, 사람들이 제조사에 전화해 문의할 시간이 없는 한 이들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웹사이트도 있다.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좋아한 션 샌더스(20)는 자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친구들이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 4년 전에 NerdHelp.com을 만들었다. ‘긱 스쿼드’ 요원으로 일하는 샌더스의 생각에 어떤 질문들은 그냥 자기 집에서, 돈을 내지 않고도 답을 얻어야 마땅한 것이기 때문에 무료로 운영한다는 이 사이트의 등록 사용자는 1만1,000명이지만 한달에 100만명 이상이 다녀간다. 등록하지 않고도 다양한 주제들에 관해 읽어볼 수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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