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즐길 줄 아는 전문가 또는 애호가가 되어야.
어머나 어머나....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올 정도로 아쉽고 섭섭한 것은 바로 지난주에 막을 내려버린 모마(뉴욕 현대미술관)의 ‘Pixar-Animation 20 years’라는 전시를 못 봤기 때문이다. 내 주변의 여러 사람들한테 이 전시를 선전하고 꼭 가서 보라고 해놓고는 정작 내가 놓쳐 버린 것
이다.
어릴 때부터 만화 그리기를 좋아해 고등학교 때에는 이미 전문가 수준이었던 내 이웃의 한국 학생이 꼭 가고 싶은 미술대학을 가기 위해 멀리 캘리포니아로 갔고, 거기서 디즈니에 취직이 되었다가 다시 픽사 社로 스카웃되어 가는 과정을 다 지켜본 나는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를 볼 때, 다들 일어나서 나가는데도 끝까지 지켜 앉아 자막에 빨리빨리 위로 올라가는 수많은 이름 중에 두 번이나 나오는 그 학생(이제는 너무나 의젓한 사회인인데도...)의 이름을 보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뿌듯함에 내 자식처럼 자랑스러웠었다.
구역모임이라고 모인 자리에서 싫다고 하지 않고 순순히 연주를 보여준 6살의 여자아이가 얼마나 바이얼린을 잘 하는지 ‘와 이것이 바로 신동이라는 거구나’ 했었는데, 어느새 미전역에서 유수한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하는 주옥같은 연주자로 성장해 있다. 그 동안은 가끔 어디서 연
주를 한다고 해도 시간을 못내 곤 했는데, 올해 대학을 가는 이 학생의 연주회를 다음번 기회에는 꼭 가서 보리라 마음 다짐을 해두고 있다. 애기 같은 얼굴이 점점 처녀티가 나기 시작하는 것을 봐왔으니 무대 위 그 아이가 남다르게 보이고 여러 번 들었던 같은 멜로디라도 남달리
들릴 것이 분명하다.
수준 높은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있는 공통점은 어느 분야에건 ‘전문가’이던지 아니면 진정한 ‘애호가’라는 것이다. 전문가와 애호가는 대충 어디서 들은 이야기나 누가 그러더라는 것으로 자기의 의견을 대신하지 않으며, 잘 모르는 것을 아무렇게나 말하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살 때부터 예술의 천국인 뉴욕에서 살고 있는 지금까지도 현대 미술이나 기타 예술에 대해 한국 사람들로부터 너무나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도무지 이해가 안돼” 아니면 “저런 거라면 나도 그리겠네” 딱 두 가지다. 노력해서 과연
그게 뭔지 왜 그런지 이해해 보려고 하지 않는, 너무나 비전문적이요 너무나 비애호적인 태도
이다.
자기 아이가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며 그린 그림이나 자기 아이가 피나는 연습 끝에 하는 연주
를 두고도 그렇게 가볍게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을까? 우리랑은 멀게만 느껴지는 세계적인 예
술가들도 실은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친구이고 누군가의 바로 가까운 이웃이다. 이런 시
각이야말로, 어렵게만 느껴지고 왠지 잘 모르겠다고만 생각되는 예술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
본이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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