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민 MIT컴퓨터 사이언스 박사과정
전에 잠시 지도 교수 얘기를 했었는데, 이번 주에는 좀 더 자세히 소개해볼까 합니다. 지도 교수의 이름은 Fredo Durand. 제가 “반지의 제왕”을 보고 나서는 “프로도” 라고 놀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아주 편한 친구이자 지도 교수이자 coworker 이지요.
73년생인 Fredo 는 프랑스 사람이고, 프랑스에서 박사를 받았습니다. 이공계 박사를 받는데, 한국에서 석사까지 7년, 미국에서 5년이 걸리는 반면, 유럽에서는 3년이 걸립니다. Fredo는 대학을 3년에 마쳤기 때문에 6년만에 학사와 박사를 따고, 이 곳 MIT 에서 2년간 Post-doc 생활을 한 뒤에 교수가 되었지요. 올해에는 부교수로 승진하는 기쁜 일까지 있었답니다.
진짜 똑똑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참 좋고, 연구에 열정이 넘치는 아직 총각인 부교수. 왠지 매력적이지 않나요? Fredo 덕분에 우리 그룹의 학생들은 참 행복한 대학원 생활을 합니다. 교수가 해야하는 일 3가지, 펀드 조성, 학생 관리, 연구. 이 세 가지 중 2가지는 확실히 합니다.
일단 유명하고 수완이 좋아서 펀드를 잘 따옵니다. 그리고 똑똑하고 열정이 있어서 연구도 참 잘 합니다. 단지 아직 “연륜”이 없어서인지 학생 관리는 잘 못하지만, 편안한 연구, 대학원 분위기를 제공해 주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만족합니다.
사진 찍기가 취미인 Fredo 는 이번 주에는 봄방학을 맞아 아프리카에 있는 에티오피아로 동물 사진을 찍으러 놀러갔습니다. Fredo 덕분에 저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SLR 카메라 애호가가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연구도 computational photography 인지라, Fredo 랑 사진 얘기를 하면
서, 사진들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습니다. 딱딱한 회의 형식이 아니라, 이 얘기 저 얘기 수다를 떨며 교수와 미팅을 합니다.
어느 날은, Fredo 가 어디서 배웠는지, 한국 인사법을 알아와서 저에게 90도로 인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말리고 싶지 않아서, Fredo 에게 그 인사는 어른에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녁 6시에 퇴근할 때쯤 되면, 제 office에 와서 90도로 인사를 하고 집으로
사라집니다. 그것을 지켜본 한국 학생들은 약간 황당해 하고, 나름대로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예전에 KTF 선전에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라며 인라인 스케이트 타고 출근하는 젊은 사장 모습이 있었는데, Fredo 는 정말 롤러블레이드 스케이트를 타고 출근합니다. 아침 8시에 누구보다 먼저 출근합니다. 학생들은 보통 9시에서 11시 정도에 office 에 나오는 반면, Fredo 는 아침부터 오피스를 지킵니다. 학생들보다 일찍 출근하는 것은 MIT 교수들의 일반적인 특징인 것 같습니다.
MIT 학생들이 특별히 훌륭한지 모르겠으나, 확실히 MIT 교수님들은 유능하고 성실하고 열정이 있는 최고의 인재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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