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꼭지’케이터링
WBC한국팀 식사 맡았던 ‘꼭지’오지영 사장
“김인식 감독님이 누룽지를 좋아한다고 해서 밤새 누룽지를 만들었지요. 감독, 선수들에게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은 ‘나도 멀리서나마 애국하는구나’하고 정성을 다했습니다”
지난달 한인사회를 ‘대~한민국’의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참가했던 한국 야구대표팀의 음식을 맡아 동분서주했던 꼭지 케이터링의 오지영 사장은 “제가 만든 음식을 먹고 세계 4강까지 갔으니 나도 세계 4강이 된 기분”이라며 야구대표팀에 대한 식사 제공을 뿌듯해 했다.
오 사장이 대표팀의 음식담당을 제안 받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선수들이 어머니가 만든 음식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정성’과 ‘영양’. 그래서 일단 가정식 백반에 초점을 맞추었다.
잡채, 해파리냉채, 튀김 등 기름기 많은 잔치음식은 아예 메뉴에서 제외시켰다.
대신 각종 김치, 김치·된장찌개, 김, 젓갈, 멸치, 가지볶음 등 영양 위주로 맞추었다. 반찬은 선수들의 취향에 맞게 20여가지를 올렸다. 김치는 세 가지를 준비했는데 ‘맛 으뜸’으로 꼽힌 총각김치는 붙박이로 올렸고 깍두기, 겉절이도 챙겼다.
케이터링 메뉴에는 없지만 영양 보충을 위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영계에 찹쌀, 인삼, 대추 등을 팍팍 넣고 삼계탕도 끓였다. 젊은 선수들을 위해선 먹음직스러운 떡볶이를 준비했다.
주문량은 매 끼니마다 60인분. ‘많이 먹는다’는 정보를 입수, 보통 약 80인분에 맞췄다. 모자라는 것보다는 남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다.
선수들의 식사 모습은 철저한 보안에 붙여졌지만 8강 마지막 경기로 일본을 이긴 15일, 늦은 저녁 준비차 직접 숙소를 방문할 수 있었다. 마침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고 상기된 표정으로 돌아온 선수들이 하나같이 “밥 잘 먹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고 씩씩하게 인사를 전했다. 반면, 바로 옆 홀에서 식사를 하는 일본팀에는 고요한 정적이 가득했으며 살짝 훔쳐본 이치로 선수의 얼굴도 잔뜩 찌푸려 있었다고 오사장은 귀띔.
약 일주일 동안 15명의 직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근무하며 녹초가 됐다.
“결국 샌디에고까지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두 손을 들었지요. 그런데 ‘먹고 이긴 음식은 끝까지 먹는다’는 대표팀 징크스가 있는지 관계자들이 부탁을 하더군요.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오 사장이 이번에 야구대표팀 음식을 맡게 된 것은 지난해 1월 축구 대표팀에게 식사를 제공한 것이 인연이 됐다. 그래서 얼마전 열린 국제태권도대회에 참가한 대표팀의 음식을 담당하기도 했다.
오 사장은 최근 단골들을 중심으로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대체 무얼 먹인 거냐. 나도 그 것으로 해달라”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며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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