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하루만에 탈출에 성공한 김용학(왼쪽)씨가 7일 낮 미국 영사와 함께 티화나 경찰국을 빠져나오고 있다. 뒤는 부인 김성임씨. <티화나 최갑식 기자>
납치 직후 24시간만에 극적인 탈출에 성공한 김용학(오른쪽)씨를 아내 김성임씨가 다정하게 반기고 있다. <신효섭 기자>
김용학씨 피랍서 탈출까지 24시간
처음엔 “이렇게 죽나” 앞이 캄캄
“살만큼 살았다” 탈출하기로 결심
“몸값 없다… 날 죽여라” 맞서기도
맨 손으로 납치범들을 제압하고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김용학씨의 ‘납치부터 탈출까지’는 말 그대로 한 편의 영화 처럼 극적이었다.
6일 새벽 6시께 티화나 소재 AMEX주차장. 허리로 총구가 꽂히자 김씨는 “이거 무슨 장난이야”라고 납치범들에 말하며 납치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200만달러의 거액을 노린 납치범들은 그를 땅에 엎드리게 한 후 자동차 안으로 태운 후 파커를 뒤집어 씌웠다.
김씨는 “허탈했다. 54년이란 인생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 이렇게 죽을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절망의 순간도 잠깐. “어치피 살만큼 살았다 란 생각을 하니까 반반의 생사 확률을 생각하고 결단을 내려야겠다”란 생각이 스쳤다. 그는 자동차 안에서도 길가로 뛰어내리려 했으나 수포에 그쳤다.
4명의 납치범들은 김씨에게 발목 쇠사슬을 채워 변두리 주택가에 감금한 후 100만∼30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했다. 김씨는 “내가 줄 수 있는 돈은 10만달러가 전부다. 그게 싫으면 나를 죽여라”라고 말했다. 몸값을 내린 납치범들은 김씨와 협상을 접고, 회사로 연락해 200만달러를 요구했다.
김씨는 오후 내내 수면을 취했다. 늦은 밤 도주를 위해 잠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납치범들은 “당신은 왜 잠만 자냐”고 채근했지만 김씨는 “피곤해서 그렇다”고 했다. 납치 24시간 동안 맥도날드 햄버거 한개만을 먹었다.
어둠이 내렸다. 2명의 감시조와 함께 2층에 감금된 그는 납치범들이 2대2 교대로 보초를 선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납치에 성공했다는 기쁨에 납치범들이 술을 들이킨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때부터 김씨의 본격 탈출 계획은 시작됐다. 탈출의 적기로 노린 새벽에 감시조를 깊은 잠에 몰아 넣기 위해 ‘물을 달라’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이들의 수면을 방해했다. 귀찮아진 납치범들은 “혼자 화장실에 다녀오라”며 발목 쇠사슬을 늘려주기까지 했다.
새벽 4시. 납치범들이 깊은 잠에 빠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미고”라고 외쳐도 보고, 쇠사슬을 땡기기도 했다. 대꾸가 없었다. ‘여차하면 목을 조르겠다’는 생각에 김씨는 파커의 줄을 빼 손에 감았다. 이때 자고 있던 납치범의 총신이 보였다.
총을 빼앗은 김씨는 발목 쇠사슬을 끊기 위해 한 방을 당겼다. 하지만 쇠사슬은 끊어지지 않았다. 김씨는 “영화에서는 한 방에 끊어지던데 실제는 다르더라”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잠에서 깬 납치범 한 명을 제압한 후 또 다른 한 명의 머리에 총을 대고 쇠사슬을 끊게 했다. 하늘이 도왔는지 술에 취해 1층에 잠든 납치범들은 총소리를 듣지 못 했다.
김씨는 대문을 넘어 주택을 벗어났다. 출근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지나가던 유조차에 도움을 청했지만 이마저 외면당했다. 김씨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집안에 있던 멕시칸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경찰차가 두 대, 세 대가 오고나서야 ‘살았구나’”라고 확신하며 납치 24시간의 행복한 결말을 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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