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거주지 LA서 못듣나
정부 지원으로 제작된 아태계 미국인의 역사에 관한 라디오 다큐멘터리 ‘크로싱 이스트’(Crossing East·본보 3월24일자 보도)가 아태계 최대 거주지역인 LA에서는 방송되지 못하는 희한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태문화유산의달인 5월 공영라디오(NPR)를 통해 미 전역에서 방송될 예정인데, LA지역은 방송여부가 불투명하다. 이 지역 대표적 NPR 방송국인 KPCC(89.3FM)와 KCRW (89.9 FM)가 프로그램 방송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KCRW는 공식적으로 방송불가 입장을 밝혔고, KPCC는 세 달 넘게 방송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KPCC 방송편성 관계자는 “프로그램 자체의 완성도는 뛰어나지만 청취자를 고려해야 하는데다, 방송 스케줄이 정해져 있어 별도 편성을 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여전히 방송여부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KCRW 관계자도 “한인 중에 몇 명이나 우리 방송을 듣는지 궁금하다”며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우선 순위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대만계 드메 로버츠 프로듀서는 이 같은 해명을 이해할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 내 최대 아태계 커뮤니티 거주지인 LA지역 공영방송이 방송을 주저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KPCC의 경우 ‘프레이리 홈 컴패니온’을 일주일에 세 차례나 방송하면서 최초의 아태계 역사 다큐멘터리를 외면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시카고, 시애틀, 달라스 등 LA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태인구 밀집 대도시 지역 공영방송국은 방송을 결정한 상태다. 이에 대해 프로그램 홍보대행을 맡은 크리에이티브 PR의 캐시 그로나우 대표는 “LA지역 방송국은 특별 프로그램을 위한 스케줄이 없어 다른 지역보다 결정이 늦어지는 것”이라며 “여전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로싱 이스트는 미국 정부 수립 이전부터 9.11이후까지 아태계 이민자들의 삶과 애환을 시대와 주제별로 정리한 역사물로 편당 60분씩 모두 8편으로 구성돼 있다. 피보디상을 수상한 드메 로버츠 등 20여명의 프로듀서가 11명의 학자의 자문을 받아 2년간 제작했다. 이 작품은 웹사이트(www.crossingeast.org)를 통해서 들을 수 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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