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민 < MIT 컴퓨터사이언스 박사과정>
요즘 감사할 일이 많아서 가슴이 벅찹니다. :) 지난 일요일에 제가 1월 말에 학회에 제출한 논문이 심사를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학회 이름은 Siggraph 라고, Computer graphics 에서는 제일 좋은 학회고, 미국 교수 한 명이 일년에 한 편의 논문 내기도 힘든 학회인데, 감사하게도 논문을 발표하게 되었네요.
덕분에, 저의 지도 교수에게는 함께 일해서 Siggraph에 논문을 낸 첫 지도 학생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포스트닥이나 다른 교수들, 또는 다른 교수 학생들과 일한 논문이 실린 적은 많았지만, 직접 지도한 학생으로는 처음입니다. 오직 감사할 뿐입니다.
한국이나 유럽은 논문의 수를 중요시 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논문의 질을 더 중요시 합니다. 작은 논문을 여러번 발표하기 보다는 하나의 연구라도 완성도를 높여서 제일 좋은 학회에 발표하려는 것이 미국 대학원, 교수님들의 특징입니다. 지난 2년 동안, 논문을 제출할 기회는 많았으
나, 그 때마다 지도 교수님의 허락을 못 받았었습니다. 일단 작은 학회에는 논문을 안내려고 하고, 논문의 성과가 교수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아예 제출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MIT 에는 자랑스러운 친구들, 선배들, 후배들이 많습니다. 유명한 학술지나 신문을 통해 아는 사람의 이름과 사진, 연구 성과를 보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갑니다.하지만, 연구 성과가 훌륭하다고 해도 한국에 돌아가서 같은 연구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일단 필요한 연구, 산업이 달라서 미국에서는 마음껏 할 수 있는 연구가 한국에서는 필요없는 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MIT 에서 하는 실험적이고 이론적인 연구들은 당장에는 그 필요와 수요를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아서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하기 힘든 주제들입니다. 또한 모든 연구에는 필요한 비용과 인건비가 있는데, 미국에서는 연구비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의 대학원 생활이 한국의 대학원 생활보다 편한 것은 그런 이유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단 자기가 흥미와 재미를 느끼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고, 학생들은 오직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경제적, 행정적, 기술적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저의 랩 같은 경우도, 비서가 따
로 있어서 모든 행정을 처리하고, 시스템 매니저가 있어서 모든 컴퓨터와 기계를 관리하고, 영상 전문가가 있어서 논문에 필요한 영상 데이터 수집과 처리를 맡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원생들은 실질적으로 연구에 중심이 되는 일만 하면 됩니다.
지금 한국의 이공계가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흥미를 가지고 성실히 일하여서, 언젠가 역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학생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할 날이 올 것을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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