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춘년에 이어 2007년은 황금돼지 해로 인한 ‘베이비 붐’이 한창이다.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황금돼지 설’에 따르면 올해가 600년 만에 한번(중국에서는 60년 만에 한번) 돌아온 황금돼지의 해이기 때문에 올해 태어나는 자녀들은 가정에 재물과 행운을 몰고 온다는 것.
황금돼지 설은 미주 한인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젊은 신혼부부는 물론 미혼 남녀까지도 새해결심 혹은 계획으로 ‘올해 내 자녀출산’이라고 주저 없이 밝힐 정도다. 미혼남성 이모씨(30)는 “올해 내 자녀 출산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어도 2월내 배우자를 만나 결혼에 골인해야 12월내 자녀를 출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며 조급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출산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기간 내에 자녀를 출산하기 위해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뭔가 뒤바뀐 모습이지만 ‘복’ 에 굶주린 한인들에게 순서는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황금돼지 해 베이비붐은 지난해 한국은 물론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톡톡히 재미를 봤던 쌍춘년의 웨딩 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벌써부터 한국에서는 올해 안으로 득남 혹은 득녀를 하기 위해 불임 전문의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황금 돼지해의 축복을 받기 위해 출산을 강제로 연기한 부부도 있다. 약혼한 남녀들도 올 12월내로 자녀를 갖기 위해 1~2월내 혼인을 올리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쌍춘년 설, 황금돼지 설을 과연 얼마만큼 믿을 수 있을까. 남의 불행을 예로 들어 미안하기는 하지만 지난해 말 화촉을 밝힌 지 12일 만에 파경을 맞은 탤런트 이민영·이찬 커플만 봐도 쌍춘년 효과는 그다지 믿을 만하지 않은 듯하다. 타운내 ‘지윤 철학소’의 지윤씨는 “LA가 불경기라 해서 모든 사람이 불경기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듯, 쌍춘년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행복한 백년해로의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람마다 사주팔자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쌍춘년, 황금돼지해라 해도 좋지 않은 궁합이나 사주팔자를 180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작 12간지의 발상지인 중국에서도 황금돼지 설은 상업적인 발상에서 연유됐다고 밝힌 바 있다니 이쯤 되면 황금돼지 해에 대한 환상도 그다지 믿을 만한 것은 아닌 듯싶다.
갑자기 18~20년 후 한국사회가 걱정된다. 뭔가 획기적인 시스템이 생겨 전혀 다른 차원의 생활을 하지 않는 한, 지금 같은 교육, 취업 시스템이 유지될 것이며 베이비 붐 세대가 겪어야 할 입시경쟁과 그 이후 취업경쟁이 얼마나 심각할 지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갑자기 늘어난 한인 학생 수로 인해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황금돼지 해가 가져다 줘야 할 ‘복’이 유례없는 입시 난과 취업난이라는 ‘화’를 모두 극복할 만큼 ‘대단한’ 것이길 바랄 뿐이다.
<홍지은> 특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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