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물 안 개구리이다. 그래서 아는 것은 뻔하다. 우물 아가리가 보여주는 대로, 하늘이란 둥글고 파르스름하다는 것뿐이다. 내 처지를 아는 지인이 간혹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뿐이다.
요사이 바깥세상에는 ‘요코’라는 일본 작가가 화제의 인물이란다. 그 작가의 책이 학교에서 지정 도서로 선임을 받았단다. 우리 이웃 나라 작가의 글이 미국 내에서 높임을 받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헌데 결코 희락의 마음이 생길 수 없는 글인 것이 문제다.
그 작가의 부친이 어떤 일로 해서 한국 내에 거주했는가는 알 수 없다. 일본이 패망의 기미가 있어서 한국이 독립을 하기 전에 떠나게 되었다. 그 작가는 책에 기록했다. 일본인 여성이 한국인에게 강간을 당하는 것을.
물론 글의 흐름이 다른 일을 증명할 계제는 아니었겠다. 한국인을 야만인, 무뢰한으로 몰아 글을 쓴 것이 문제인 거다. 우리나라가 해방이 되던 해에 그 작가는 11살이었단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외적의 침략을 숱하게 받아왔다. 국사 시간이 슬프도록 말이다. 우리 선조가 멍청해서인지 혹은 너무 유한 마음 탓인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이유가 있다. 서로 물고 뜯고 사느라고 외세의 침입을 방비할 여유가 없었던 거다. 선조들의 행위를 말로만 비판할 것이 아니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며 바르게 정립을 시켜야하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한다.
731부대 이야기도 해줬다. 남의 잘못을 보기 전에 나도 그만큼 잔인해질 수 있다 함을 깨닫는다. 사람들은,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정죄를 한다. 그렇지만 남이 이룬 선행에 관해서는 무심하다. 아직 나는 요코라는 작가가 어느 정도의 문호인가에 대해서는 모른다. 하지만 요코가 어떤 작가일지라도 옳은 시각으로 글을 쓰지 않았음에 문호라는 칭호를 얹어주는 데는 화가 난다. 아니, 화가 나는 정도가 아니고 가슴이 아리다. 그건 아마도 내 영에 흐르는 넋이 통곡하는 때문이리다.
요코의 책이 문제가 되고 당연히 우리 민족은 분노하고 있다. 얼핏 들은 이야기로도 내 가슴은 오열한다. 그래, 자신의 일에 너무 열중한 탓일 것이다. 그 일을 당하게 된 뒷 배경에는 관심이 없는 것은. 그래도 우리 모두는 소리를 높여 진위를 밝힐 필요가 있다. 가끔 일제시대 때 사건을 읽으면서 일본인의 잔혹성을 알았지만 그저 역사가 흘러갔음에 어쩌지를 못했다. 그런데 가해자가 사건의 불씨를 놓고는 야유를 보내고 있다. 항상 피해자의 자리를 어쩌지 못하는 우리 민족. 이제는 진정한 양심의 소리, 정의의 소리를 내지를 때라는 생각을 한다. 피해자의 자리를 어쩌지 못하는 것은 나약함의 증거니까 말이다.
김부순 <버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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