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 큰 교회 신도들과 며칠 동안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기자가 놀란 것은 담임목사에 대한 이들의 존경이 대단하다는 사실이었다. 한인 교계에서 유명한 이 L목사는 30년 가까이 목회를 해 왔는데 재정적인 문제에서부터 일반적인 몸가짐에 이르기까지 정말 모범적인 분이라고 신도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다. 미주교회가 본받아야 할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유명한 L목사가 요즘 폭탄적인 선언을 해 교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이 간음을 했다고 예배시간에 신도들에게 고백한 것이다. 미국 교계도 최근 성직자의 메가톤급 섹스 스캔들이 터져 몸살을 앓고 있다. 미복음전도회(NAE)의 회장이며 기독교 보수세력의 대표격인 부시 대통령의 측근 해가드 목사가 동성연애를 하고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교회에서 파면 당하기에 이른 것이다. 해가드 목사는 7,500명의 신도를 갖고 있는 콜로라도 스프링스 뉴라이프 교회의 창립자다. 동성연애 사실이 탄로 나게 된 것은 그가 동성연애자를 차별화하는 법제정에 앞장서자 분노한 그의 게이 파트너가 폭로했기 때문이다.
비행 청소년 교화운동을 펼치며 한때 자신의 TV 프로그램까지 갖고 있던 유명한 쉔리 신부도 청소년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되어 최근 감옥에 갔다. 이를 계기로 보스턴, 시카고, 밀워키 지역의 주교와 추기경까지 성직에서 물러났으며 며칠 전 샌디에고 가톨릭 교구는 140건의 성직자 성추행 고소에 못 견디어 파산신청을 냈을 정도다. 미 가톨릭계의 쇼크다.
유명한 성직자들의 불륜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메시지가 있다. 그것은 목사나 신부도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미치광이적 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성직자도 기도를 게을리 하면 이 미치광이의 포로가 된다는 사실이다. 존경 받을수록 커지는 것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인데 정상에 오른 성직자들이 이를 깜빡 잊는 순간 평생 쌓아올린 담이 무너진다. 위대한 성취는 항상 엄청난 위험을 동반하는 법이다. 성직자는 유명해 질수록 유혹을 멀리하는 수단을 스스로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전도사의 여성 관계를 그린 싱클레어 루이스의 소설 ‘엘마 간트리’에 충격을 받고 여자 신도를 혼자서는 절대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목회자는 여자 신도와 상담할 때 반드시 문을 열어놓기도 한다.
성직자의 가르침은 선생님의 가르침과는 차원이 다르다. 교사는 도덕을 가르치지만 성직자는 영혼을 가르친다. 그래서 성직자는 말보다 행동이 더 중요한 법이다. 유명한 성직자의 불륜은 요즘 한국에서 벌어진 가짜 명품시계 ‘지오 모나코’나 ‘빈센트 앤 코’에 다름없다. 5만원짜리 시계가 500만원을 호가하는 현상은 교계에서는 곤란하다.
성직자도 사람이기에 인간적인 본능을 억제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매화가 겨울을 견디지 못한다면 향기 없는 가화나 무엇이 다른가. 몇 십년을 고생해 교회를 세운 창립 목회자일수록 오만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은 비즈니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교계에도 해당되고 이름난 성직자일수록 되새겨야 할 격언이다. 대통령의 진정한 업적평가가 물러난 후에야 이루어지는 것처럼 훌륭한 성직자냐 아니냐도 교회에서 퇴임한 후라야 가능할 것 같다.
<이 철 /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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