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숙씨와 배기호씨(오른쪽)가 5년의 산고 끝에 나온 장편소설 ‘약방집 예배당’을 소개하고 있다. <진천규 기자>
박경숙 장편 실화소설 ‘약방집 예배당’
소설가 박경숙씨가 조금 특별한 소설을 냈다. ‘약방집 예배당’이란 제목의 두툼한 책(408쪽). 신앙소설이자 역사소설이며 한 가문의 자전소설이기도 한 장편 실화소설이다. 홍성사 ‘믿음의 글들’ 시리즈(242)로 출간됐다는 점이 가장 먼저 관심을 끌었다. 기독교 신앙도서만을 출판하는 홍성사는 원고를 엄선하여 채택하고 공들여 책을 내기 때문에 홍성사에서 나온 책이라면 무조건 신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미주 한인작가 중에 그만큼 실력이 있는 작가가 있었나? 약간의 놀라움과 의구심을 가지려던 차 인터넷에 올라온 서평들을 읽어보고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출판된 지 이제 한달도 안 됐는데 갓피플닷컴(www.godpeople.com)에 오른 수십개의 평들이 모두 꼭 읽어보라는, 정말 재미있다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칭찬 일색이다. 결국 나도 책을 받아든 그날 밤 읽기 시작해 이튿날까지 꼬박 여섯 시간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다.
200년 걸친 한 가문 이야기
역사와 신앙의 굴곡 절절이
쉬우면서도 수려한 문체
감동의 파노라마 이어져
‘홍성사’가 출판, 더 신뢰감
‘약방집 예배당’은 1801년 이후 오늘까지 200여년 동안 일어난 배씨 일가의 흥망성쇠와 신앙의 이어옴을 소설로 엮은 책이다. 6대에 걸친 믿음의 가문을 일궈오는 한 가족 이야기가 신유박해로부터 동학혁명, 초기 선교사들과 초대교회 이야기, 독립운동에 이르기까지의 아픈 역사와 함께 씨실과 날실로 짜여져 탄탄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이 책을 소설가 박경숙에게 쓰게 한 사람은 배기호씨. 1971년 도미, 애나하임과 놀웍에서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배씨는 37년 동안 6대에 걸친 가계의 자료들을 수집해 박씨에게 가족사의 기록을 의뢰했다. 원래 두 사람 모두 신앙소설로 기획한 것은 아니었으나 5년이나 걸린 집필과정에서 자연히 자전적 신앙소설로 진화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이 소설에서 배기호씨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서 왜 그렇게 어렵고 오랜 작업을 시작했을까?
“오늘 우리는 무엇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현재 삶이 이루어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누군가 진리와 정의를 위해 흘린 땀과 피 때문에 지금 우리가 웃고 있다는 것, 선조의 위대한 믿음의 유산을 자녀들에게 전하기 위해 시작했지요.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가 있을 수 없으니까요.”
쉽고 평이하게 쓰여져서 읽는 재미가 솔솔하고, 잔잔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문체가 수려하다. 우리 역사의 굴곡을 굽이굽이 살아내야 했던 만큼 처절하고 험난한 일들이 많았으나 그 경험들을 담담하게 그림으로써 오히려 감동을 이끌어내는 솜씨가 출중하다.
쉽게 나온 책은 아니었다. 박경숙씨는 “이제껏 쓴 작품 중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배씨의 열정에 감동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자료 고증과 역사적 고증도 힘에 부쳤고, 사실성을 요구하는 배씨와 문학성을 지키고 싶은 그녀의 의견이 충돌해 많은 갈등과 양보가 있었다고 한다.
박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나오고 보니 “이 책 한권을 쓰기 위해 작가가 된 것 같다”고 말하면서 “어떤 순간에는 내가 쓴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분이 나의 필력을 도구로 사용하셨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겸손해 했다.
박경숙씨는 1992년 도미해 9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이며 세계 한민족작가연합 이사. 소설집 ‘안개의 칼날’, 장편소설 ‘구부러진 길’을 출간했다.
박경숙씨와 배기호씨는 5월19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LA에서도 추후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 ‘약방집 예배당’은 기독교 서점들에서 살 수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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