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냘픈 외모와 달리 이기연씨는 한국에서부터 엄마·아내·교수의 1인3역을 하면서 자원봉사 활동을 계속해 왔다.
남을 위한 삶 실천
따뜻한‘강철 여인’
코리안복지센터에서
행사보조 등 도우미
한국 달동네지역등서
오랜기간 공동체봉사
난소암도 끝내 이겨내
코리안 복지센터(www. koreancommunity.org)에서 번역과 행사보조 등의 업무를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 이기연씨. 작은 체구와 그에 어울리는 차분한 목소리를 가진 이씨는 외향적 이미지와 달리 보통 사람은 생각조차하기 힘든 자원봉사 활동을 삶을 통해 실천해온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강철 여인이다.
전형적 386세대인 그는 대학시절 기독교 동아리를 통해 자원봉사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당시에는 달동네였던 봉천5동 지역 학생들을 위한 공부방에서 3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사회에 도움을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했다.
대학원 졸업 뒤 결혼과 취업준비 등으로 잠시 접었던 그의 자원봉사에 대한 열정은 ‘난소암’이라는 질병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 완치된 것도 정말 운이 좋았지만, 난소 한 쪽을 떼어내고도 두 자녀를 건강하게 출산한 것은 기적이었다.
“386세대가 대부분 그렇겠지만 중고등학교 때부터 세상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함께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난치병과 싸우면서 종교적으로 ‘이제는 더욱 더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두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학 교수로, 가족과 남편을 내조하는 아내로서 1인3역을 감당하면서 저녁시간을 쪼개 일주일에 두 번씩 난곡에 위치한 남부 교육센터에서 한글과 한국 문화를 가르쳤다. 그의 학생들은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이주 여성과 배움의 기회를 놓친 까막눈 어머니들. 2004년 시작한 이 일은 지난해 9월 남편 학업 차 온 가족이 미국으로 건너올 때까지 계속됐다.
그가 가장 오랜 기간 지속해온 봉사활동은 ‘공동 육아와 공동체 교육’ 운동이다. 공동 육아와 공동체 교육은 우리 사회의 모든 어린이들이 계층·지역·성(性)·장애 정도에 구분 없이 누구나 바람직한 육아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어린이 복지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취지로 설립된 학부모 조직이다. 이씨는 1994년부터 2006년까지 과천지역 공동 육아 설립 및 운영에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
당연히 주변에서는 걱정을 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신기하게도 ‘논문을 한 개라도 더 써서 정교수로 임명돼야지, 무슨 한글교육이고 대안학교냐’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의 가슴속에서는 ‘나를 위해 사는 삶에는 끝이 없다. 이게 행복한 삶이다’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남편을 따라 미국에 온 뒤에는 두 자녀의 학교에서 수업 도우미를 하는 것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영어를 잘 못하지만,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선생님의 태도에 자신감을 얻었다.
교육인류학 박사인 그는 한인이 겪는 문화적 갈등도 배울 겸 지난해 10월부터 코리안 복지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배우는 게 더 많지만, 조만간 기러기 엄마들을 위한 부모교육 교실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씨는 미국의 자원봉사 환경에 대해 “한국에 비해 자원봉사가 생활화 돼 있어 자원봉사직을 찾기 쉬운 것 같다”며 “학교에서부터 학생들에게 자원봉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을 하는 게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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