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한미가정상담소에서 무료 상담을 실시하는 최신정 박사는 “한번 스케줄을 잡으면 그 시간은 다른 사람에게는 쓸 수 없다”며 “예약을 했으면 꼭 상담받을 것”을 부탁했다.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한 10년세월”
정신과 전문의로 한국-미국 오가며
치료 상담 병행 매주 금요일에는 가정상담소 봉사
‘천생아재필유용’(天生我材必有用).
정신과 전문의인 최신정(73) 박사가 한 평생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처방해 준 ‘명약’ 중 하나다. 보훈병원에서 근무할 때는 참전용사들에게, 은퇴 후 한국 대안학교와 OC 가정상담소에서 봉사할 때는 고등학생들에게 이 구절을 수 없이 인용했다.
“이태백의 유명한 시 장진주의 한 구절인데 ‘하늘이 나를 낳았으니 반드시 그 쓰일 곳이 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신기하게도 삶의 의미를 잃고 어려워하는 미국 군인도, 한국 학생도 모두 큰 힘을 얻더라구요.”
부산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1971년 도미, 뉴욕에서 다시 인턴수업을 받은 뒤 80년부터 98년까지 LA 보훈병원에서 근무한 최 박사의 자원봉사 인생은 은퇴와 함께 시작됐다.
97년 OC 가정상담소에서 1주일에 한 번씩 무료 상담을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충북 청원의 대안학교인 양업고등학교, 경남 밀양 삼량진에 위치한 정신장애인 시설 오순절 평화의 마을, 영등포의 알콜의존증 치료 빈민의료기관 요셉의원에 이르기까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한 세월이 벌써 10년이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정신없이 보낸 10년이지만 그 보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그는 “솔직히 아버지로서 두 자녀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가 참 좋았고, 그 다음으로는 요셉의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은 환자 중 24명이 술을 끊고 독립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였다”고 말했다.
요셉의원에서 알콜의존증 환자를 위한 강의와 재활을 하던 2003년에서는 한국 음주문화연구센터 카프병원(www.karf.co.kr)의 초대원장으로 임명돼 1년 동안 근무했다. 카프병원에 재직할 당시에는 한국에는 생소했던 그룹치료와 가족교육, 여성 음주자 교육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인도 200여가구나 거주하는 은퇴타운인 실비치 레저월드에 살고 있는 최 박사는 레저월드 내 한인 노인들에게 서예와 서각도 지도하고 있다. 유명 서각가인 석천 김상철 선생에게서 사사한 최 박사는 최근 한미가정상담소(소장 수잔 이)를 돕기 위해 개최한 개인 서각전에서 4,000여달러에 달하는 수익금을 모았을 정도의 실력자다.
기금모금에 앞장 선 그는 내친 김에 매주 금요일 가든그로브에 위치한 상담소에서 부부갈등, 마약문제 등 각종 상담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최 박사는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지만 다시 가정상담소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내가 살고 있는 OC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10년 전 첫 사회봉사 활동을 시작했던 인연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아무쪼록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714)590-0017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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