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불법체류자들에게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려던 포괄적 이민개혁법안이 좌절된 지 3개월여만에 합법화 대상을 대폭 축소시킨 개정 이민법안들이 의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민주.공화 양당의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어 또다른 마찰이 예상된다.
17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조지 부시 행정부는 1천200만명에 이르는 불법체류자들을 합법화하는 이민개혁법안을 마련했고 상원은 심의중단과 재심의 의결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법안을 재상정했으나 부결됨에 따라 최종 표결에 부치지도 못했었다.
이런 가운데 국토안보부는 일선 작업 현장에 대한 불체자 단속을 집중적으로 펼쳐왔고 지난달에는 이민당국의 추방명령을 거부한채 시카고 교회로 피신해 이민법 개혁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던 멕시코 출신의 여성 엘비라 아레야노를 체포해 추방시키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전국적인 시위를 펼치는가 하면 각계에 이민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해왔다.
특히 이날 개원한 의회에서 민주당내 일부 의원들은 이번주초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대상을 어린 나이에 입국해 일정기간 교육받은 불체자와 농장 및 건설현장 등의 단순직 노동자에 한정해 법적 지위를 주는 수정 법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먼저 리처드 더빈 상원의원(민주, 일리노이)은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들에게 조건부로 법적 지위를 주자는 `드림 법안(Dream Act)’을 상정할 예정이다.
더빈 의원의 법안을 보면 적어도 5년 이상 체류하는 동안 고교 졸업증을 따야 하는 등 일정한 요구 조건에 부합해야 하며 향후 6년동안 적어도 2년간 대학에 재학하거나 군 복무를 해야 하는 등 나이 어린 불체자들을 구제하자는 내용이다.
이 법안에는 일부 논란이 있기는 하나 공화당 의원들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태도여서 캘리포니아주 출신 다이앤 페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의 법안 보다는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페인스타인 의원의 법안은 농장 노동자들에 한해 궁극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비자프로그램을 도입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어 `농장직(AgJobs)’ 법안으로 불린다.
일선 농장에서 근로자를 찾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마련된 이 법안은 150만명의 농장 근로자들에게 `블루 카드(Blue Card)’를 줘 법적 지위를 주자는 것으로, 연간 일정 기간 농장에서 일했음을 확인하면서 5년후 영주권을 발급하자는 것.
페인스타인의 법안은 그러나 그동안 지지의사를 밝혀온 공화당 출신 래리 크레이그 의원이 미니애폴리스 공항에서의 동성애 스캔들 때문에 탈락하면서 전망은 극히 불투명해진 상태다.
결국 불체자들이 연방 차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들을 줄기차게 제안해왔던 공화당 의원들은 이들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궁극적으로 400만명의 불체자들을 합법적인 시민으로 받아들이려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케이 베일리 허친슨 상원의원(공화, 텍사스)의 경우 민주 의원들의 움직임에 반발하는 법안을 마련중인데, 이 안에는 미국에 단기간 머물고 있는 노동자들을 제한하면서 이들이 더이상 장기간 법적으로 머물 권한을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공화당 의원들은 단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단기 방문 노동 프로그램 도입을 고려하면서 연간 6만5천명으로 제한돼 있는 고급 숙련직 외국인들을 위한 비자 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하는 법안도 논의중이다.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공화, 앨라배마)은 우리는 아마도 또다른 이민 법안 다툼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며 농장 노동자의 합법화는 궁극적으로 불체자의 합법 체류 길을 터주는 것이므로 민주 의원들이 내놓을 법안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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