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잘 써지지 않아 오랫동안 움츠려 지내다가 지난 여름 가을 난데없이 스무 편의 시를 썼다 시 한 편 없던 내게 스무 편은 가당찮게 많은 것이어서 마음이 안정이 안 되고 자꾸만 들뜬다 느닷없이 새로 쓴 시를 스무 편이나 갖게 된 나를 봐라,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나는 마치 전사라도 된 듯이 혼자 가만가만 날뛰었다 진짜 졸부의 마음은 잘 모르겠으나 그도 나만큼 이렇게 심장이 벌렁거리고 대책 없이 즐거웠으리라 벌렁 벌렁 벌렁 자꾸만 벌렁거렸으리라
공감이 매우 큰 시다. 지난여름 십여 편의 시를 썼던 내가 그랬으니까. 그랬던 나보다 한 수를 더해서 스무 편이라니. 전사라도 된 듯이 ‘가만가만 날뛰었다’고 하는 시인의 속마음을 충분히 공감한다. ‘벌렁벌렁/자꾸만 벌렁거렸’을 졸부의 마음까지도. 시 스무 편을 내밀어도 햄버거 하나 주는 일은 없겠지만, 시가 얼마나 큰 재산인지를 아는 사람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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