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명인(名人) 두 분을 초청하여 음악회를 주선하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하니 - 그분들은 피리연주자인 박치완 선생과 장구주자인 김웅식 선생이다.
피리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 박치완 명인은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이다. 그 동안 수 차례 베이지역을 방문하여 아시아박물관, 헙스트 극장 등에서 연주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박치완 선생은 이번 연주회에서 궁중음악으로 ‘취타’, ‘상령산’, ‘염양춘’을 - 민속음악으로서 ‘민요연곡’, ‘산조’, 그리고 ‘태평소풍류’를 선택하였다. 한국 작곡가 김대성 선생과 나효신에게 위촉하였던 새 작품 두 개를 초연할 예정이다.
그리고 한국인, 미국인, 일본인 음악가들이 다 같이 미국출신 작곡가인 프레드릭 쉐프스키 선생의 ‘함께 나아갈 적에’를 연주할 것이다. 우리는 국악이냐 양악이냐, 일본악기냐 한국악기냐, 피부는 무슨 색이냐, 여성이냐 남성이냐, 하고 금을 긋지 않는다. 이미 그어져있던 선을 우리는 단 한 발자국에 훌쩍, 가볍게 뛰어넘어 함께하는 잔치인 것이다.
그 옛날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듣던 음악이 왜 오늘까지 사라지지 않고 태평양을 건너와서 문화적 배경과 피부색이 다른 많은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는 것일까? ‘어깨춤’이 무엇인지도 모르건만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리는 것은 - 화창한 봄날 길을 걸을 적에 저절로 엉덩이가 살랑살랑 흔들려서 아지랑이가 움직이는 건지 내가 움직이는 건지 몰라 혼자 슬며시 웃어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고도 기분 좋은 경험인 것이다.
지난 2003년에 필자는 음악가인 친구들 몇 명과 ‘목어(木魚)앙상블’(Wooden Fish Ensemble)을 조직하였다.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늘 깨어서 꾸준히 정진하자는 의미로 이런 이름을 스스로에게 붙이고 첫 공연을 한 이후, 오는 2월 1일과 2일에 할 공연이 네 번째의 행사이다.
전문음악인들이 함께하는 단체이지만 ‘목어(木魚)앙상블’은 의도적으로 엉성하다. 첫째, 단체를 끌고 가는 단체장이 없다. 둘째, 정기공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연주하지 않는다. 언제든 우리들 누군가가 의견을 내놓고 동료들이 동의하면 의기투합하여 공연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4회의 행사 모두는 우연히도 나의 제안에 의해 시작이 되었고, 함께하는 벗들은 두말할 것 없이 신나하며 동의하였다. 첫 번째 행사는 2003년, 다카하시 유지 선생의 65세 생신기념 음악회였고 - 두 번째 행사는 2005년, 일본전통악기와 한국전통악기가 함께하는 음악회였는데 이후로 한국과 일본의 전통악기주자들이 계속 공동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 행사는 2006년, 정가악회 초청공연이었다.
오는 2월 1일(스탠포드 대학교)과 2일(오울드퍼스트 콘서트시리즈)에 할 ‘목어(木魚)앙상블’ 초청으로 이루어지는 피리명인 박치완 선생의 피리독주회는 우리가 하는 네 번째 행사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의도적으로’ 엉성한 우리들이 한국에서 전통음악인들을 초청해서 함께 무대를 만들 적에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몇 가지 약속이 있다.
첫째, 한국의 전통음악(궁중음악과 민속음악)을 소개한다. 둘째, 오랜 세월 동안 살아남은 전통음악의 수준과 맞먹을 현대음악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셋째, 초청하는 연주자에게 우리들이 원하는 음악을 연주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그들 스스로 작곡가들과 작품을 선택하도록 한다. 넷째, 연주자가 선택한 젊은 작곡가에게 위촉을 하여 초연한다(작년에는 한국의 젊은 작곡가 윤혜진의 작품을 초연했고 올해는 김대! 성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인 연주자 2인과 샌프란시스코의 음악가 8인이 준비해온 이 공연을 다름 아닌 바로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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