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호세. 너 이거 빨리 해. 농땡이 치지 말고. 이 XX야.”
최근 지붕 루핑을 교체한 김모(훼어팩스 거주)씨는 한인 업자가 자신이 데리고 온 서너 명의 라티노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고 낯이 뜨거워졌다. 굳이 험하게 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욕을 하고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서‘한인사회가 아직도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한인사회에서 타인종 종업원에 대한 차별이나 심한 욕설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오죽하면 라티노 종업원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한국말이 ‘빨리 빨리’와 ‘XX놈’이라는 욕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또 한인업소내 보이지 않는 임금과 직급 차별, 더나아가 임금을 떼어먹는 일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형 그로서리 마켓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직장내에서 라티노 종업원을 인격적으로 대할 것을 교육한다’며 임금, 승진 등에서도 차별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일반 동포들이 마켓이나 식당 등에서 목격하는 실제 상황은 많이 다르다.
지난달 한 그로서리 마켓에서 한인 직원이 라티노 종업원이 휘두른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고, 2005년 여름에는 한인 건축업자가 라티노 일용직 근로자에 의해 피살돼 불에 탄 채 발견돼 한인사회를 뒤숭숭 하게 했다.
다행스럽게도 라티노 선교단체 ‘굿스푼’등의 노력으로 이 같은 한인들의 타인종 직원 차별 문제는 그동안 많이 개선돼 왔으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다.
다민족 사회인 미국사회에서 타인종 노동력 의존이 큰 세탁소와 델리, 식당, 사이딩, 루핑 등 한인 주요 업종들이 무조건 노동을 강요하고, 임금 차별, 비인격적 대우 등을 계속해서는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굿스푼선교회 대표인 김재억 목사는 “최근에도 노임 체불을 일삼는 한인 건축업자에 대한 불만과 함께 일하다 안전사고를 당했는데도 위로금이나 병원비 보조금조차 전혀 나 몰라라 하는 한인업자에 대한 불만을 접했다”면서 “라티노 종업원들을 가족, 친구처럼 대하며 존중해 주는 한인들의 좋은 심성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굿스푼 어워드를 수상한 웃브릿지 소재 페스티벌 클리너의 이진복 대표는 “함께 일하는 종업원들의 생일과 여름휴가 등을 챙겨주고 가족처럼 대한다”며 “인간적으로 서로 믿고 의지하면 그만큼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인사회가 주류사회에 한발짝 나아가기 위해서는 타인종 커뮤니티, 특히 타인종 종업원과의 성숙한 관계를 이끌어내야 한다. 소수민족끼리 서로 무시하고 갈등해서는 성장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타인종 종업원에게 비인격적 대우나 직장내 차별을 먼저 없애야 한다. 또 ‘그라시아스(감사합니다)’ ‘에르마노(형제)’ ‘에르마나(자매)’등 간단한 스패니시라도 배워 의사소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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