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때 딴청 절대 안돼”

세계 IT(정보기술) 산업을 이끌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회의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회의에 참가하는 직원들의 각종 첨단 기기 사용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전문 기술직 종사자들은 특정 사안에 대해 토론하는 것보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편이어서 그동안 실리콘밸리에서 회의는 그리 흔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수년간 회사들은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여럿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회의를 여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그러나 랩탑컴퓨터나 스마트폰인 블랙베리, 아이폰 등 첨단 기기를 사용하는데 익숙한 직원들이 이들 기기를 갖고 회의에 참석, 회의 주제와 관련된 상영물 등에 주목하기 보다는 이들 기기에 몰래 접속해 딴전을 피우는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례가 적지않다는 것.
특히 경영진들은 직원들의 이런 행태가 단순히 주의력 결핍에 머물지 않고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데 따른 전체 분위기 저해나 생산 실적 저하로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체들은 회의 참석시 직원들의 첨단기기 휴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소재 디자인회사 `어댑티스 패스’는 지난해 11월부터 회의 참석시 랩탑을 자신들의 자리에 놓도록 하고 휴대전화나 스마트폰 등은 특정 장소에 보관시키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대학가나 시의회 등 다른 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미국 대학들의 경우 수업 중에 학생들이 꺼내놓는 랩탑에서 무선인터넷을 사용치 못하도록 하는 사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즉 이들 기기가 저렴화 및 고성능화하면서 휴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수업중 뉴스를 보거나 주식 시세를 확인하는가 하면 이메일을 주고받는 일이 적지않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법대의 경우 교수진의 75%이상이 수업중 교실에서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견들에 모두 동조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기기에 빠져있다고 해서 모두다 진짜 중요한 문제들을 놓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서니베일 소재 와이파이(Wi-fi) 무선랜 기술개발 업체 `러커스 와이어리스’의 셀리나 로 CEO는 “직원들이 회의시간에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며 “때로 산만해질 수도 있겠지만 장시간이 아니라면 문제가 없으며 이런 것들이 요즈음 회의 문화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