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1945~) ‘우리 딸’ 전문
바쁘고 바쁜 우리 딸
대학 조교에다가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에다가
남편과 함께 주부로 사는 우리 딸
컴퓨터로 리포트 쓰면서도 생선을 굽고
빨래를 개면서도 책장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우리 딸
동동동 발걸음이 바빠서 허공중에 떠 있어서
출근길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도
빨간 불 신호 때에 짬짬이 시간
얼굴에 분을 바르고 눈썹을 그리는 우리 딸
대충대충 그려서 짝짝이 눈썹
대충대충 칠해서 삐뚤어진 입술
어여뻐라 안쓰러워라.
본국에 가면 심심치 않게 보는 것이 신호에 걸린 여자가 운전대 앞에서 화장을 고치는 모습이다. 지하철 안에선 아예 대놓고 화장을 하는 여자도 본다. 손놀림도 빠르게 눈썹과 입술을 그려 넣던 여자들. 솔직히 어여쁘다거나 안쓰럽다는 생각은 손톱 끝만큼도 안 해봤다. 내심 흉이나 봤으면 봤지. 앞으로는 그런 여자들 흉보지 않으리라 맘먹는다. 얼굴도 모르는, 그 여자들의 아버지 얼굴을 떠올리며, 절대로 흉보지 않을 자신이 이제 막 생겼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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