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에 미국 약사시험 합격한 김영수씨
약사하다 이민와 차별탓 자격증 못 따
병원서 보험회사서 일하며 계속 도전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20여년간 도전, 15전16기, 나이 69세에 드디어 미국 약사시험(NAPLEX에 합격한 그는 ‘기쁨’보다 ‘한 맺힌 사연’을 털어놓았다.
김영수(69)씨는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지난 73년에 ‘한국약사’로 이민을 와서 보험회사에서 15년, 부동산회사에서 20년간 일했다.
그 사이 LVN(Licensed Practical Nurses) 자격증도 따서 병원에서 일했고, 지금은 아태 통역서비스(PALS) 소속으로 의료통역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마라토너이기도 한 그는 보스턴 마라톤, LA 마라톤을 비롯해 지금까지 40회 마라톤 출전 경력을 자랑한다.
이제는 경제적 안정을 이룬 이민 1세. 그러나 그에게도 늘 못 다 이룬 ‘아메리칸 드림’이 있었으니 바로 ‘미국 약사’, 엄밀히 말하면 자신이 지난 35년간 발 딛고 세금 내고 살아온 ‘캘리포니아 약사 면허’이다.
“중대 약대 6회 졸업생이에요. 아내도 약대를 나왔죠. 70년대엔 ‘약사’라고 하면 모셔왔어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 외국 약대를 나온 사람들에겐 시험 칠 자격을 주지 않더군요. 친구들요? 허드렛일만 하다 세상을 떠난 이도 있고, 세탁소, 리커에서 여전히 힘들게 일해요. 저희도 한국에서는 모두 전문직 종사자였습니다”
낯선 땅, 먹고 살아야 했기에 막연히 자격증 따기를 기다리기 보다 현실에 적응해야 했다. 보험회사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래도 마음속에는 늘 “난 약사로 이민왔는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유난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약사면허 취득이 쉽지 않았다. 타주는 연방시험(NAPLEX)을 인정하는데 반해 캘리포니아는 주 면허시험(CPLE)이 따로 존재하는 것.
10여차례 도전했지만 외국에서 온 약사들에 대한 차별대우가 교묘히 작용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지난 2007년 드디어 제도가 바뀌어 연방시험 합격자 중 1년 이상 실습한 사람도 캘리포니아 약사면허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7월9일 연방시험에 응시, 당당히 합격했다.
“고급 인력을 외국에서 데려와 놓고 까다로운 법 때문에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아직도 ‘캘리포니아 약사면허’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남았다.
타주 약사법 시험을 치른 뒤 1년간 인턴실습을 마치고 캘리포니아법 시험(CPJE)을 통과해야 한다. 포기할 그가 아니다. “누가 이기나 끝까지 한번 해보자”며 눈빛을 반짝인다.
“원한이 맺혔어요. 혹시라도 꿈을 접었던 약사 동료가 있다면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공부를 계속해서 팜디(Pharm.D) 학위도 따고 언젠가는 인턴들이 대우받으며 일할 수 있는 약국을 만들 것입니다”
김씨에게 올 한해는 의미가 깊었다. 지난 4월에는 손자가 태어났고, 7월에는 약사시험에 합격했다. 오는 10월에는 춘천을 방문, 생애 처음으로 한국 마라톤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포기 없는 그의 인생,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310)748-7240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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