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한말 순교 의사 ‘릴리안 해리스’ 증손녀, 유품 공개
데이비스씨가 해리스 증조할머니의 전기를 보여주며 선조들의 한국사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07년 이전 태극기
사진자료등 간직해와
“한국에 기증 하고파”
대한제국 시절 한국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다 순교한 의사를 비롯 한국에서 많은 봉사를 했던 선조들을 둔 후손들이 워싱턴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훼어팩스 아이노바 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캐롤린 데이비스씨는 “증조 할머니가 구한말 한국에서 의사로 일하다 돌아가셨다”며 한국 최초 여성 의료선교사 중 한 명이었던 ‘릴리안 노리사 해리스’의 관련 자료들을 내놨다.
특히 릴리안 노리사 해리스는 ‘세기를 넘은 한국 사랑’으로 본보에 소개됐던 ‘미스터 핑’<본보 8월18일자 5면 보도>의 이모이기도 해 데이비스씨 가족의 한국과의 인연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미스터 핑(본명 에드워드 폴웰)의 아버지 더글러스 폴웰은 1887년 평양에 세워진 근대식 병원인 ‘기홀병원’의 원장을 지냈고 릴리안 해리스는 한국 최초의 부인병원인 ‘보구여관(保救女館)’이 나중에 동대문 부인병원과 통합될 때 ‘릴리안 해리스 기념병원’으로 개칭되면서 한국 의료 및 선교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이화여자대학교 부속병원의 효시인 보구여관은 고종 황제가 하사한 이름. 이화학당 창설자인 ‘메리 F. 스크랜튼’ 여사와 아들인 의사 윌리엄 B. 스크랜튼이 미국 감리교 선교부에서 기금을 받아 1887년 정동에 세웠다.
데이비스씨는 “핑 할아버지가 보관해둔 수많은 한국 관련 유품들을 통해 선조들의 한국 사랑을 보고 배웠다”며 “내가 의사가 된 것도 어쩌면 그분들의 영향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스터 핑이 남겨놓은 유품은 1907년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기를 포함 여성들이 차고 다니는 복주머니, 은장도, 짚신, 참빗, 남성 의복에 붙이는 장식 등 다양했다. 또 닥터 폴웰과 닥터 해리스가 활동하던 모습과 가족들, 당시 서울과 평양의 풍경, 조선인들의 삶이 생생하게 담긴 귀중한 사진 자료도 꽤 많았다.
데이비스씨는 “만일 태극기 등 주요 자료들이 보관 가치가 있다면 한국 정부에 기증할 의사가 있다”며 “기회가 되면 아직 한번도 안가본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하이오주에서 지난 2006년 105세로 여생을 마감한 미스터 핑의 한국 관련 유품은 현재 버지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데이비스씨 어머니의 집과 오하이오주에 나뉘어 보관돼 있는데 그중에서도 릴리안 해리스와 관련된 자료와 구한말의 모습을 담은 사진 기록들은 당시의 역사를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료인 저널(Medical Woma n’s Journal’에 실린 기록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델라웨어에서 1863년 1월22일에 태어난 릴리안 해리스는 1897년 펜실베니아 의과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한국에 선교사로 파송됐다. 신시내티 여성해외선교부를 통해서였다.
서울에서 4년간 근무한 해리스는 평양으로 옮겨갔으나 불행히 환자들을 진료하다 장티푸스에 감염됐고 끝내 1902년 5월16일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펜실베니아 의과대학을 방문했다가 학교에 걸려있는 증조할머니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는 데이비스씨는 “할머니의 헌신과 봉사를 기념하는 비석이 한국 어딘가에 있었던 걸로 안다”며 “현재 그 비석이 그대로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데이비스씨가 자신의 부인을 진료한 것이 계기가 돼 미스터 핑씨의 한국 사랑과 릴리안 해리스의 한국에서의 의료 봉사 및 희생을 알리는데 다리를 놓은 전종준 변호사는 “한국을 위해 이토록 많은 희생을 한 선조를 둔 미국인들이 주변에 있었는데 지금까지 몰랐다”며 “이들에게 한인사회가 감사를 표하는 의미에서 가능하면 전시회를 마련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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