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블루에서 일본에서 특히 유명한 화가 김명희(맨 왼쪽)와 실내장식가 함순자(맨 오른쪽)와 함께.
요리 하면 뉴욕이 단연 이 세상에서 최고 입니다’ 90년 중반 세인트 리지스 호텔의 쉐프였던 그레이 쿤쯔가 한 말입니다. 뉴욕이 요리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은 그 때쯤부터였고 지금은 물론 말할 필요도 없지요. 유명한 프랑스 요리사 알랑 두카스(Alan Ducas) 뿐만이 아니라 토마스 켈러, 바비 풀레이, 파트리시아 야오, 한국계의 데이비드 장 등 재주 있는 요리사들이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몇 사람만 나열하기 미안할 정도이지요.
각 나라 음식 맛을 볼 수 있는 곳이 뉴욕이고 값도 천차만별. 하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일 년을 넘기지 못하는 레스토랑이 수두룩합니다. 그리고 항상 새로 생기는 레스토랑이 등장하지요.좋은 레스토랑으로 꾸준히 제자리를 지키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반짝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유행을 타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새롭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한 번씩 가 보느라고 모입니다. 한동안 손님으로 북적거리는가 했더니 쉐프가 바뀌어 음식이 약간 달라지거나 값을 조금 올린 것에 불과 한데 손님들이 밀물처럼 빠지기 시작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변덕 심한 손님과 명이 길지 않은 재료를 간수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정
성 들여 음식을 만들어야 하니 레스토랑 사업은 정말 힘든 일이지요.
새로운 요리사들의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오늘은 그 치열한 경쟁과 아우성 속에서 오래 동안 항상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관록 있는 쉐프들 얘기를 하겠습니다. 챨스 팔머(Charles Palmer), 다니엘 불루(Daniel Boulud), 정죠지 봉게리히튼(Jean George Vongerichten)은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사람들입니다. 언제 가서 먹어도 꾸준히 잘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틀림이 없는 레스토랑’. 세 사람은 뛰어난 재주 뿐 아니라 모두들 상당한 비즈니스에 센스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언제 보아도 잘 손질한 머리에 깨끗하고 단정한 복장을 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그야말로 완전한 프로들이지요.
찰스 팔머가 맨하탄과 부르클린을 연결하는 다리 밑의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흐르는 허드슨 강 물결에 반사되는 맨하탄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기막히게 로맨틱한 곳이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가 그 동네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 집에 가서 먹어 보니 음식 맛도 뛰어 났습니다. 세 살인가 된 딸을 구루마에 태우고 찾아 가서 주방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키도 크고 몸집이 큰 그가 우리 딸을 내려다보며 풀타임으로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떡하나?
어린 아이를 하루 종일 남에게 맡기고 일을 하러 간다는 것은 모든 엄마들이 망설이는 일. 하루에 두 시간 정도 가서 노는 유치원이 고작이었으니까요. 몇 시간 정도라면 모를까. 우리 애가 다니던 유치원 그룹에는 대개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세트라는 남자 아이는 보통 애 보는 베이비시터가 데리고 왔습니다. 아무렇게나 주워 입은 티셔츠에 흐트러진 머리를 하고 다녔습니다. 하루는 세트가 엄마와 유치원에 왔습니다. 깨끗한 얼굴에 머리는 단정하게 빗어 넘겼고 반듯한 옷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깡패 후보생이 완전 귀공자로 변했습니다.
저렇게 다를 수가..... 저는 그날 그 세트에게 유난히 눈이 갔습니다.
놀이터에 가서 보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네들 끼리 모래사장에서 놀거나 썰매를 타고 놀지요. 베이비 시터들은 벤치에 앉아 노닥거리느라 애들이 노는 것은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것을 보니 마음이 약한 저는 결국 몇 시간이면 모를까 하루 종일 딸을 남에게 맡길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챨스 팔머의 주방에서 일하는 것을 포기 하였습니다. 그는 얼마 되지 않아 맨하탄의 68가에 멋진 오레올이라는 레스토랑을 열었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 28세였습니다. 그 나이에 굉장하지요. 그는 뉴욕에도 2개의 레스토랑이 더 있고 라스베가스, 워싱턴 D.C.에도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다니엘 불루는 ‘디니엘’이라는 우아한 레스토랑과 ‘까페 블루’라는 고상하지만 약간 캐주얼한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저는 분위기가 좀 편안한 까페 블루를 좋아 합니다. 일본에서 특히 유명한 화가 명희가 왔을 때 실내 장식가인 루시아와 함께 찾아간 곳도 그 레스토랑이었고 학생들과 외식을 하러 가기도 합니다. 아담하고 우아한 분위기에 테이블 위의 멋진 꽃 장식도 기막힙니다. 뼈 없이 서브하는 프랑스식 갈비찜의 진한 맛을 보면서 더 잘 만들 수 없다고 생각 했습니다. 알맞게 무른 고기에 진한 고기 맛과 포도주의 맛이 잘 융화 되어 있었습니다. 오렌지 속살에 생각지도 않은 로즈매리 라는 양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도 그의 요리를 통해서 알았습니다.
졍 죠지(흔히 그를 부르는 이름)의 성에서 gerichten이라는 말은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이름을 타고 났으니 요리사가 된 것은 그의 천직이라고 생각 되었습니다. 프랑스식 레스토랑인졍 죠지와 약간 캐주얼한 누가틴 외에도 태국요리와 프랑스식 퓨전인 봉, 프랑스식 동남아식 퓨전인 스파이스 마켓 등 뉴욕에 6개의 레스토랑이 있고 런던, 북경 등 세계적으로 진출을 하고 있는 비즈니스맨이기도 합니다. 태국의 정취가 물씬 나는 ‘봉’에 학생들과 외식을 했을 때 그는 자기의 요리 한 가지 시범을
보여 주기도 하였습니다. 라임의 가치를 알게 된 것도 그의 요리를 통해서였습니다. 레몬과 신맛이 약간 다르고 향기가 기막힙니다. 그 향기에 도취되어 지금은 저도 아주 즐겨 쓰지요. 뻣뻣한 줄기에 레몬의 향이 나는 레몬그라스라는 식물도 그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여러 레스토랑에서 여기저기 나타납니다. 소호의 머서 키천에서 유난히 얇고 조그마한 둥근 피자에 치즈와 토마토 소스 대신에 종이장 같이 얇은 튜나로 위를 덮고 와사비 소스가 약간 흘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민 생강을 가운데 서브한 것을 보고 쫑긋했습니다. 스파이스 마켓에서 저민 생선 위에 불그스름한 굵은 생선알이 흘려져 있는 아름다운 음식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생선 알이 아니라 타피오카 (동남아에 흔한 동그란 곡물)에 파프리카로 붉은 물이 들게 한 깜찍한 아이디어였습니다. 간혹 고급 레스토랑의 서양 쉐프들이 전채요리에 동양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보입니다. 김밥 혹은 스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멋진 작품이 앞에 놓입니다. 밥 덩어리를 입에 넣었을 때 냉장고의 찬기가 혀에 닿으면 깜짝 놀라게 되지요. 동양식 밥은 따듯하지 않으면 방 온도라
야지 절대로 차서는 안 된다고 생각 하니까요. 날 생선을 얹는 스시의 밥도 방 온도이지 차게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졍 죠지에서는 그런 실수를 한 번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서양 쉐프로서 어느 누구보다 동양 요리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더군요. 단 너무나 레스토랑이 많다가 보니 그의 참견 도가 미치기 힘 드는 곳에서는 음식의 질이 약간 움직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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