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컵스팬이 2차전에서 9회 텅 빈 관중석에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혼자 앉아 있다.
컵스팬들 다저스에 2연패‘패닉’
“남몰래 살풀이 행사까지 했는데
어이없는 실책, 저주인가봐”
‘From bad to worse, to …?’
올 시즌 내셔널리그 최고인 97승을 따내며 1908년 이후 100년만의 월드시리즈 정상복귀 꿈에 붕 떴던 시카고 컵스가 안방에서 LA 다저스에 참담한 2연패를 당한 뒤 그야말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내용이 더 이상 나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진 게 아니라 남은 경기에 대한 투지나 의욕에도 나쁜 영향이 걱정될 만큼 최악의 방법으로 졌다. 1차전에선 선발투수가 포볼을 7개나 남발하면서 그랜드슬램 등 홈런 3방을 얻어맞고 KO됐고 2차전에선 내야수 4명이 돌아가면서 에러를 범해 시카고 언론으로부터 ‘사이클 에러까지 한다’라는 빈정거림까지 받으며 더 참담하게 자멸했다. 한 라디오 해설자는 “이들은 컵스가 아니라 컵스로 위장한 다른 팀”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필연적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저주’ 이야기다. 사실 지난 2일 벌어진 2차전에서 승부를 가른 2회초(왜 이렇게 ‘2’가 겹치나…)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저주’를 떠올리지 않은 컵스팬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1908년 이후 100년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했고 1945년 이후 월드시리즈에 나가보지 못한 컵스팬들에게 ‘염소 빌리의 저주(Curse of the Billy Goat)’는 하나의 전설이다. 1945년 월드시리즈에서 자신의 애완염소 빌리를 데리고 리글리필드에 입장하려던 컵스팬 윌리엄 시아니스는 염소 때문에 입장이 거부되자 ‘다시는 여기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저주를 걸었고 그 효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컵스는 올해로 63년째 월드시리즈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물론 컵스 관계자들은 저주 이야기에 코웃음을 친다. 하지만 정작 주변에서 난리를 치니 마음 한구석에선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이번 시리즈 1차전이 열리기 직전 컵스는 남몰래 그 저주를 푸는 ‘살풀이’ 의식을 했다. 가톨릭신자인 컵스의 크레인 케니 회장은 시리즈 개막을 앞두고 그리스정교회 소속 제임스 그리니아스 신부를 초청, 컵스 덕아웃에서 성수를 뿌리고 저주가 떠나기를 기원하는 예식을 하도록 부탁했다. 원래 저주를 건 시아니스가 그리스계 미국인이었기에 특별히 그리스 정교회 신부를 초빙할 정도로 신경을 썼다.
그런데 구장에 아무도 없을 때 실시한 이 예식이 중계준비를 위해 카메라를 설치하고 테스트를 하던 TBS 카메라맨에 그야말로 ‘딱’ 걸렸다. 프리게임쇼를 통해 성수를 뿌리는 예식모습이 온 천하에 알려졌고 ‘애처로운’ 컵스는 또 다시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1, 2차전 결과가 저주가 풀린 것과는 거리가 멀자 컵스는 오히려 또 다른 ‘신부의 저주’를 불러온 것이 아니냐며 전전긍긍하는 딱한 신세가 됐다.
컵스의 루 피넬라 감독은 이런 의식을 행한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크리스천인 그는 “하나님은 야구경기 결과에 관심이 없으시다. 물론 기도는 한다. 그렇지만 상대방도 기도한다”면서 “이곳에 저주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컵스 회장 지시로 살풀이 예식이 행해졌다는 말을 듣자 웃음을 터뜨리며 “그는 노터데임(카톨릭계 대학) 졸업생”이라고 한마디 한 뒤 “하지만 나는 그런 걸 믿지 않는다. 좋은 피칭과 수비, 적시타 등이 야구경기를 이기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1, 2차전에서 컵스는 피칭도, 수비도 모두 나빴고 적시타는 구경하기도 힘들었으니 저주 때문이든 아니든 연패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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