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행정부가 7천억 달러 규모의 금융구제법을 발효시키고 추가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총 9천억 달러에 달하는 유동성 지원을 공표했지만 미 증시는 좀체로 안정되지 않고 7일 다우지수 9,500선을 붕괴시켰다.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이는 모두의 호주머니에 영향을 주고 있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일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폭락, 4년 만에 처음으로 10,000선이 무너졌다.
이날 다우존수 산업평균 지수는 장중 한때 낙폭이 806포인트까지 기록하며 9,600선도 무너지는 폭락세를 보였으며 이 같은 장중 낙폭은 1987년 10월 이후 최대치다.다행히 장 막판에 반등세가 일어 지수는 9,955.50으로 마감됐으나 10,000선 밑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시장 마감종이 울린 것은 200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전 주말보다 369.88포인트나 폭락한 상태로 시장이 마감된 것은 뉴욕증시가 달리고 있는 하락세를 뚜렷히 보여준다. 같은 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42.38포인트(3.86%) 떨어진 1,056.85로 마감돼 2003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나스닥종합지수는 84.43포인트(4.34%) 하락한 1,862.96으로 종결됐다.미 증시의 불안심리를 보여주는 VIX 지수가 이날 역대 최고치로 치솟은 것은 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했음을 실감케 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미국이 경기 침체에 이미 들어섰거나 곧 침체가 돌입할 것을 예측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시장 수치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미국에서 표면으로 고개를 든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금융위기로 인해 자금흐름이 마비되는 극심한 신용경색이 실물 경제 자금의 흐름을 동결시켜 경기 둔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월스트릿의 출혈을 막겠다며 호들갑을 떨고 미 연방의회의 팔을 비틀어 7천억 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금융구제법’을 발효시켰으나 월스트릿의 반응은 오히려 냉담하다.헨리 폴슨 재무장관을 비롯해 미국 금융당국의 수뇌부들은 이 같은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 이외에 달리 경제를 살릴 해법이 없다면서 의회에 금융구제법의 신속한 통과를 호소했고 법안은 지난주 상하원을 각각 통과, 부시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됐지만 월가가 안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월가의 이 같은 반응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증시도 월가의 추락에 따라 장중 5~6% 폭락하고 니케이, 항셍, 코스피 등 아시아의 주요 증시도 덩달아 맥을 못추고 있다. 심지어는 그 상태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미국과 유럽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긴급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자금시장의 경색은 풀리지 않고 세계적인 ‘자금 부족’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금융상품의 금리를 정하는데 기준 역할을 하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가 7일 2.37%로 상승한 것이 바로 서로 믿지 못하는 은행 간의 불신 때문에 은행들이 서로 자금을 빌려주기를 꺼리고 있는 현실을 입증한다.은행의 돈이 묶이면 비즈니스들이 돈을 빌려 쓰지 못하고 비즈니스의 자금 유통이 막히면 비즈니스의 파산, 또는 축소 경영으로 이어져 결국 근로자 실직율이 높아진다.
실직자가 많아지면 소비자를 상대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의 영업이 어려워지고 비즈니스가 힘들수록 은행은 자금 유통에 타격을 입어 돈을 빌려주기를 꺼려하는 상태가 다시 비즈니스를 어렵게 해 결국 돈이 말라붙는 잔인한 사이클이 반복, 모두의 호주머니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그러면 도대체 어디가 바닥인가. 미국 경기는 언제 풀리고 세계 경제는 언제 회복이 가능한가.폴슨 재무장관과 미 금융수뇌부들은 금융구제법안의 통과로 일단 금융공황 위기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물론 이들도 시급한 출혈을 막았으나 미국이 세계 경기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님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금융구제법을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첫 단계로 보고 있으며 미국 경제가 살면 세계 경제도 돌아설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부시 행정부는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공적자금으로 금융사들의 부실 채권을 매입해 실제로 그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기 까지를 6개월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최소한 내년 초 까지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될 것을 의미하며 경제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사실 그 이후 미국과 세계 경제가 어떻게 어느 수준으로 풀릴 것인가에 대해서 전망을 아끼고 있다.그러나 월가의 금융위기가 심해질수록 투자가들의 투자심리를 서서히 끌어들이고 있다는 소식
은 미국 경제의 반등에 한가닥 희망을 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저점에 주식을 매입해 큰 수익을 올리려는 저점 매수세가 점점 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증시가 상당히 침체돼 있는 현재 상황에서 오히려 큰 반등을 기대하는 긍정적인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를 위해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주택가격 하락세가 2010년 상반기에 가서야 멈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현재 낙관론자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저널의 보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다시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금융시장의 반등에 신선한 바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단 재무부가 수주내로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 매입을 시작하고 이로 인해 은행의 자금줄이 다소 풀리면 단기적 효과가 일 것과 이와 함께 시장 활성화를 부추키는 정부의 각종 규정들이 실행되면 미국 경제가 회복 될 수 있다는 것이 현 부시 행정부의 희망담긴 베팅이기도 하다.
미래가 불투명한 이 같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전문 CNBC 방송국이 지난 2일 미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0%가 “신용과 관련, 근래에 들어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약 20%에 불과했다.월가의 금융위기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까지 흘려내려 아직 그들의 피부에 까지 다가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조사이다.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개인 사업자들의 답변은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부동산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업가들은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은행으로부터 대출신청이 거부당하는 등 최근
들어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그 영향을 실제로 느끼기 까지는 어쩌면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나 현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세계경제가 조만간 회복하지 않을 경우 일반 소비자들을 향한 불경기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수 있다.그러기에 지난주 통과된 금융구제법이 월가뿐만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메인가에게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월가와 메인가는 한 거리로 시작과 끝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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