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헤이스버트가 흑인대통령으로 열연한 영화 <24>
흑인 대통령이 스크린에 등장한 지 75년 만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5일 대통령에 당선함에 따라 영화 속에서 미리 점쳐졌던 흑인 대통령의 이미지와 오바마를 비교하는 시선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흑인 대통령의 가능성을 강하게 심어준 두 배우는 모건 프리먼과 데니스 헤이스버트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실제로 이번 대선 기간 동안 오바마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영화 속의 흑인 대통령은 하나같이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보다는 대의를 위하는 대통령으로 묘사됐다.
모건 프리먼은 10년 전인 1998년 <딥 임펙트>에서 흑인 대통령으로 출연했다. 지구가 혜성과 충돌하는 위기에 처하자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대통령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우며 국민을 아끼는 흑인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는 미국민들이 오바마에게 믿음을 갖게 하는 데 꽤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실제로 모건 프리먼은 영화사이트 무비폰닷컴에서 ‘영화 속 미국 최고의 대통령’을 설문조사한 결과 <에어 포스 원>의 해리슨 포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데니스 헤이스버트는 폭스TV의 <24>에서 흑인 대통령으로 등장해 대중적인 지지도를 얻었다. 미국의 문화 분석학자들은 오바마의 당선에 <24>의 데니스 헤이스버트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할 정도다. 데니스 헤이스버트는 <24>에서 지성적이며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흑인 대통령으로 등장해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흑인 대통령이 등장한 첫 영화는 1933년 단편 뮤지컬 영화 <루퍼스 존스를 대통령으로>. 아홉살 소년이 대통령을 꿈꾼다는 설정으로, 어머니의 꿈 속에서 흑인 대통령이 된다. 오바마에 대한 지지가 올라가면서 이 영화도 인터넷에서 관심을 모았다. 75년 전에는 그야말로 꿈에서나 꿔 볼 법한, 먼 이야기가 현실이 된 것이다.
장편 영화 중에는 <더 맨>(1972년)이 흑인 대통령을 등장시킨 첫 영화로 알려져 있다. 제임스 얼 존스가 미국 의회 상원임시 의장으로 출연해 대통령이 된다. 건물 붕괴 사고로 대통령이 사망하고 부통령의 병세가 악화돼 사퇴하자 새 대통령이 된다는 설정이다. 당시만 해도 흑인 대통령이 당당히 경선을 거쳐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던 시절임을 엿볼 수 있다.
2003년 <헤드 오브 스테이트>에는 코미디언 크리스 락이 등장해 코믹한 대통령을 연기했다. 랩을 하거나 비속어를 사용해 흑인을 비하한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친근한 분위기의 대통령을 만들어 냈다. 오바마는 유머 감각이 있으면서도 뛰어난 지성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크리스 락이 그린 대통령과 일정 부분 겹쳤다.
결론적으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그려진 흑인 대통령은 리더십이 강하고 국민적인 화합을 강조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이는 오바마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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