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싱에 거주하는 박모(45)씨는 지난달부터 맨하탄 식당으로 출근한다. 주방에서 반찬 요리를 보조하고 청소를 하는 일이다. 지난 10년 가까이 ‘사모님’ 소리를 들어왔지만 남편이 운영해 오던 델리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자존심은 팽개쳤다. 얼마 안 되는 수입이지만 아직 남편이 특별한 수입원을 마련하지 못해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요즘 한인사회의 직업소개소에는 직업을 찾기 위해 걸려오는 한인들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일거리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 얼마 전 맨하탄 한인타운 P식당에서 파트타임 모집 공고를 내자 사흘 새 무려 80통 가량의 구직 전화가 빗발쳤다. 당초 2명의 파트타임을 모집할 계획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4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셈이다.
불황은 이 처럼 ‘돈 되는 일은 일단 하고 보자’는 처절한(?) 생존방식을 요구하고 있다.몸과 눈을 낮추어 일거리를 찾는 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요즘은 ‘생활의 절박함’과 직결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직업소개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최근 모 정수기 업체는 매장별 계약직 판매 요원을 모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지원자가 이번에는 예상 밖으로 밀려들면서 대기자까지 생겼다. 큰돈은 아니지만 제품
을 팔 때 마다 지급되는 성과급이라도 벌어보겠다는 한인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지원자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는 게 업체 측의 얘기다. 대학 때 전공을 살려 번역 일을 하거나 동네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이들도 늘고 있다.
미국의 모 대형 금융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최근 실직을 당한 김 모(41·뉴저지 거주)씨는 집에서 놀자니 남편 보기가 민망해 인근에 사는 맞벌이 부부의 두 살 배기 아이를 함께 돌봐주고 있다며 “남편이 아직 실업수당을 받고 있어 근근이 버티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3개월 후부터는 끊기 게 돼 고민”이라고 말했다. 부모들로부터 용돈 받기가 여의치 않게 된 대학생들은 이것저것 가리지도 않는다.유흥업소 서빙, 배달, 텔레마케팅 등 굳은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고 학업을 병행하는가 하면 아예 학업을 중단하거나 휴학을 하고 취업전선을 뛰어드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고 있다.
휴먼리소스컨설팅업체인 세스나의 김성민 씨는 “최근 석사 코스를 밟던 일부 학생들이 금전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포기한 채 일자리를 알아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현상은 갈수록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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