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에 ‘불황 신드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좌절과 낙담의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무엇보다 경제난을 호소하는 한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은행 대출을 받거나 크레딧 카드를 쓰고 갚지 못해 고민하는 이들이 넘쳐나고 각종 금전거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의식주를 불문하고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기본이 됐고 한인상가 경기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도 저도 안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한인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불황 신드롬’을 진단한다.
한인 박 모 씨는 얼마 전 무제한 로컬과 장거리, 국제전화로 사용되던 유선 전화를 값싼 인터넷 전화로 바꾸었다.
박 씨는 인터넷 전화의 통화 품질이 아무래도 유선전화보다 다소 못하지만 매달 내는 전화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바꿨다.
몽고메리 카운티에 거주하는 정 모 주부는 수년동안 거래해 오던 자동차와 주택 보험 갱신을 앞두고 보험 샤핑을 잘하면 일년에 수백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절약이 당장 급하다는 생각에 보험에이전트에 문의, 일년에 400여 달러를 절약했다.
센터빌에 거주하는 최 모 주부 역시 지난달 케이블 TV 플랜을 프리미엄에서 베이직으로 바꿨다. 10개 채널도 제대로 보지 않는 상황에 수백개 채널이 포함된 플랜에 가입하고 있는 게 요즘같은 시대에는 낭비라는 생각에서였다. 최 씨는 최근에 바꾼 남편의 승용차도 중고시장에서 샀다.
어두운 불황의 그늘이 갈수록 짙게 드리워지면서 이같은 자린고비가 급증하고 있다.
불황으로 소득이 큰 폭으로 줄어들자 ‘절약’으로 경기 혹한기를 견뎌내겠다는 소박한 알뜰족들이다.
알뜰족에는 주부만이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직장인들 사이에 “내가 점심 값을 내겠다”며 호기를 부리는 사람은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
외식을 하더라도 값 싼 먹자골목의 밥집이면 족하다. 이 때문에 인기를 끌던 고급 식당들은 수년전과 비교하면 파리만 날리고 있는 신세다.
다른 업종도 장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한인 식료품점들과 생활용품점들은 ‘폭탄세일’, ‘파격세일’을 내세우며 수개월 째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할인 쿠폰족과 할인품목만을 샅샅이 뒤져 구입하는 고객들 때문에 마진폭이 감소하고 있다.
중고품이 인기를 끄는 것도 실속파 증가에 따른 현상이다.
거들떠보지 않던 중고 가구들도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가전제품들도 절약형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점심 후 마시는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를 중단하거나 이번 기회에 아예 담배를 끊겠다는 한인들도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 경제 전문가는 “미래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경제적 절제로 표출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다만 이같은 한인사회의 소비위축이 지나치면 자칫 불황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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