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날 아침에 듣는 미사종 소리처럼 언 강이 풀린다 겨우내 어긋나 있던 대지의 관절을 맞추며 깔깔대는 바람과 햇살, 기다렸던 콘닥터의 손이 마침내 떨어지고 봄의 서곡이 빠르게 진행되는 동안 땅의 침샘마다 해맑은 리듬이 흘러든다 막혔던 실핏줄들 예서 제서 터진다.
봉긋봉긋 부푸는 꽃봉오리에 벌써 신발끈 단단히 동여맨 감당도 못할 뜬소문이다 그 소문 화끈화끈 귓속으로 흘러들지만 아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자꾸만 빗살에 엉기는 이 연두빛, 아직은 살이 연해 부스러지기 쉬우니 종종종, 몸이 가벼운 새들만 밟아가라 한다
봄의 요정들이 링거 그 달디단 영양의 침을 잔뿌리마다 꽂으며 제게 각각 알맞은 빛의 고깔모자를 주문한다 ‘얘들아, 얼굴에 닿는 햇살이면 어느 것 한줄기라도 꼬옥 잡아야한다’ 탯줄처럼 긴 하품을 늘이며 이제 막 열리는 꽃자궁, 지상의 것은 어느 거라도 도저히 숨었을 수가 없어서 동굴 안은 저렇듯 환하다 겨울 동안 마구 헝클어졌던 퍼즐의 밑그림이 확연히 되살아나고 있다.
한혜영(1954~) ‘봄의 퍼즐’ 전문
사계절 모두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지만, 봄철만큼 대단한 계절도 없다. 얼어붙었던 땅과 강이 풀리고, 새싹들이 돋아나고, 순서대로 꽃들은 피어나고… 이러한 자연의 질서를 보노라면 완벽하게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느 것도 제 자리가 아닌 곳을 차지하는 법이란 없는 것이다. 풀꽃 하나도 정해진 자리가 아니면 돋지 않는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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