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위에는 새벽마다 올라오는 데이터
어젯밤에는 휴스턴과 필라델피아가 이겼다
미네소타와 디트로이트는 연패를 벗어났다
가끔씩 에러도 나지만
mlb.com은 날마다 30개 팀이 벌인
열다섯 경기의 세세한 기록을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몬트리올 선발투수가 3이닝도 못 버텼고
보스톤은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베그웰의 솔로와 토미의 투런 홈런 사이에
고개를 푹 떨군 글래빈과 오티스의 사진
새벽이 되면 지구 반대편에선 경기가 끝난다
본즈는 홈런을 두 개나 쳤고
푸홀즈의 타율은 조금 올라갔고
할러데이와 가니에의 방어율은 내려갔다
담뱃불이 꺼진다
다음 게임이 벌어지기 전까지
모니터를 끄고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길다
낡은 아파트 단지 빈 골목으로
오징어 트럭이 들어와 고래고래 소리친다
경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김재홍(1968~) ‘나는 날마다 야구경기를 모니터한다’ 전문
화자는 날마다 미주에서 벌어지는 야구경기를 모니터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구경기 결과에 이처럼 집착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 해답은 오징어 트럭이 들어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낡은 아파트에서 쉽게 찾아진다. 9회 말, 야구와 같은 역전을 꿈꾸는 것이다. 속성상 우리의 삶이랑 가장 많이 닮아있는 것이 야구경기 아니겠는가. 삶의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서 경기는 계속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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